U-571 (2000)


조나단 모스토우의 [U-571]은 2000년 개봉 당시 역사 왜곡으로 곤욕을 치렀던 영화죠. 이 영화에서 맥거핀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 유보트의 에니그마 암호 기계입니다. 영화는 이걸 1942년 미국 해군이 탈취하는 것으로 스토리를 짰는데, 실제 역사에선 1941년에 영국 해군이 영화에서 그린 것보다 훨씬 조용히 해냈었죠. 영국 사람들이 화를 낸 것도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블루레이에는 실제 에니그마 기계를 찾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주인공을 모스토우가 직접 인터뷰하는 부록이 담겨 있더군요. 이 영화의 각본에 참여했고 얼마 전에 제2차 세계대전 영화 [퓨리]를 만들었던 데이빗 에이어는 나중 인터뷰에서 이런 왜곡이 실수였으며 다시는 이런 짓을 안 하겠다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각오하고 다시 보니 그렇게까지 신경 쓰이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조금은 재수가 없죠. 주인공들을 영국인으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랬다고 해도 어차피 허구인 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실제 에니그마 탈취 이야기로는 영화를 만들기가 힘드니까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에니그마 기계는 맥거핀. 에니그마가 아닌 다른 무엇이어도 상관이 없죠. 제2차 세계대전이 무대인 잠수함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면요.

[유보트] 스타일의 독일 영화인 척하며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U-571 잠수함이 연합군 배를 열심히 가라앉히다가 그만 자기네도 심각한 손상을 입죠. 이 정보를 입수한 연합군에서는 독일군으로 위장한 미군을 태운 잠수함을 먼저 보내 에니그마 머신을 탈취할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일이 틀어져서 미군 잠수함은 파괴되고 소수의 미군과 독일군 함장만이 부서져 가는 유보트에 남게 됩니다. 에니그마 머신의 유출을 알려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들은 조난신호도 할 수 없어요.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돌아갈 수밖에. 물론 중간에 만난 독일 구축함도 알아서 처리해야 하고.

2차세계대전 영화가 종종 빠지는 독일군 딜레마는 이 영화에서도 보입니다. 이런 거죠. 나치 때려잡는 연합군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은 탱크도, 전투기도 예쁘고, 휴고 보스가 디자인한 군복도 예쁩니다. 이걸 어쩌면 좋아. 그 결과 우리의 연합군 주인공들은 툭하면 독일군으로 변장해 전투기나 탱크를 약탈하고... 그러는 거죠. 이 영화도 주인공은 나치 잡는 미군이지만 정작 이들이 나치와 맞서 싸우는 잠수함은 그들이 나포한 유보트입니다. 새로 만난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늙은 명마를 보는 거 같아서 보면 좀 짠해요.

캐릭터나 드라마는 최대한 기능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 중 그나마 입체적인 인물은 매튜 매커너헤이가 연기하는 부함장인데, 그의 드라마 역시 처음 몇 분만 보면 예상 가능해요. 함장 역 빌 팩스턴이 나오자마자 미리 애도를 표하고 싶을 정도. 하긴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이들이 나치와 용감히 맞서 싸우는 군인들이라는 것만 알면 충분하죠.

액션도 좋은 편. 많이 인위적이고 과장되긴 했어요. [유 보트]의 피를 말리는 압박감도 부족하고요. 곧장 말하면 영화 전체가 [유 보트]의 경박한 모방처럼 보이죠. 하지만 모험과 위험의 느낌은 상당한 편이고 속도감도 좋습니다. 잠수함 영화치고는 지나치게 흥분해있고 가볍지만,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물에 잠긴 잠수함 안에 갇혀 개고생하는 40년대 남자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나쁘지 않지요. (15/01/01)

★★★

기타등등
원래는 존 본 조비 캐릭터의 머리가 잘려나가는 장면이 있었다는데 PG-13 등급 따려고 잘라냈다죠.


감독: Jonathan Mostow, 배우: Matthew McConaughey, Bill Paxton, Harvey Keitel, Jon Bon Jovi, David Keith, Thomas Kretschmann, Jake Weber, Jack Noseworthy

IMDb http://www.imdb.com/title/tt01419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9146

    • 2000년 영화도 벌써 옛날 영화가 되었네요 쩝
    • '독일군 딜레마' 부분에서 웃고 '이걸 어떠면 좋아'에서는 바닥을 구르게 되네요. 어쩌면 좋아 보다 어떠면 좋아가 훨씬 더 애잔한 느낌.
      기대 전혀 없이 심심해서 틀었는데 아주 빠져들어 본 기억이 나요. 이때만 해도 맥커너히 별로 안좋아했는데.
    • 어쩐지... 옛날에 극장에 봤었을때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본조비가 안보여서 죽은 거야 아닌 거야 의아했었는데... 영화 끝나고나서 같이 봤던 친구랑 그것에 대해 얘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 멀티플렉스 생기기 전이라 극장에서 연속으로 두 번 봤던 게 생각나네요. 2층까지 좌석이 있는 상영관이었는데 장사가 안 되는 곳이라 관객이 10명? 이 영화를 왜 보려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론스타>를 비디오로 보고 당시 매튜 매커너헤이에 푹 빠져있었던 것 같네요. 확실히 기억나는 건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거. 두 번째 볼 때는 존 것 같기도 해요.
    • 잠수함 영화 중에 제일 희미한 영화에요....
    • 차라리 우리나라 영화 유령이 더 기억이 많이 나요. 물론 이 영화나 유령은 저는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으니 그럴수도 있지만 그렇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이 없다는 뜻도 되는지라...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54 터널 Địa Đạo: Mặt Trời Trong Bóng Tối (2025) 791 04-28
2453 리 크로닌의 미이라 Lee Cronin’s The Mummy (2026) 1 750 04-28
2452 살목지 (2026) 1 967 04-28
2451 제 98회 아카데미 상에 대해 몇 가지... 5 2,216 03-17
2450 호퍼스 Hoppers (2026) 1,672 03-12
2449 브라이드! The Bride! (2026) 1 1,607 03-06
2448 센티멘탈 밸류 Affeksjonsverdi (2025) 1 1,616 03-05
2447 아르코 Arco (2025) 1,197 03-03
2446 귀신 부르는 앱: 영 (2026) 1 993 03-02
2445 왕과 사는 남자 (2026) 2 2,023 03-01
2444 햄넷 Hamnet (2025) 1,397 02-28
2443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2026) 1,550 02-22
2442 휴민트 (2026) 1 2,453 02-13
2441 지느러미 (2025) 1 1,444 02-02
2440 솔 서바이버 Sole Survivor (1984) 952 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