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마술사 (2015)


[조선마술사]의 원작은 소설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결성한 창작 집단 '원탁'의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작정하고 영화화를 목표로 만든 이야기로 카카오스토리에 연재된 모바일 소설인가봐요. 원작과 소설은 다른 부분이 꽤 있는 거 같은데, 읽고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티끌만큼도 안 듭니다.

영화 이야기의 씨앗은 조선시대에도 얼른쇠라는 마술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자료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남아있다고 해도 이 영화에 제대로 반영되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마술 대부분은 서양식 스테이지 마술로, 거의 조선시대 배경으로 슈베르트나 거시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는 기분입니다. 자기 상상력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남의 것을 생각 없이 그대로 쓰고 있어서 시대착오적이란 생각밖에 안 들죠.

영화의 내용은 의주에 있는 물랑루라는 극장에서 활약하는 환희라는 마술사가 청나라의 왕자비가 되기 위해 끌려가다가 도시에 들른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둘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흔해 빠진 기성품 이야기니까요.

기성품인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마술쇼처럼 건성이라는 것입니다. 로맨스도 건성이지만 사라진 보검의 맥거핀, 환희에게 복수하려는 청나라 마술사 같은 재료들이 아무 성의도 없이 그냥 나열되어 있어요. 감독 김대승이나 김탁환은 그렇게 무능력한 이야기꾼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의욕이 없었고 영화 만들기 싫었나 봐요.

소위 '퓨전 사극'이라는 틀이 게으름의 알리바이가 된 영화입니다. 고증에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달리긴 하는데, 이 제약이 없어진 자유가 창의적인 무언가로 이어지지 않고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끼워맞추는 핑계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짜면서 재미있을 법한 부분에서도 심드렁한 영화의 태도엔 당황스러울 정도예요. 왜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졌는지 뒷이야기를 캐서 각본으로 쓰면 트뤼포식으로 재미있는 영화가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15/12/31)

★☆

기타등등
가변 화면 비율 영화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나 [쎄시봉]처럼 1.85:1 풀스크린과 레터박스로 만든 2.35:1이 오가는 작품이죠. 아이디어 자체도 나쁜데 이들 중 최악입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선 레터박스가 초반 몇분에만 나오고 [쎄시봉]도 비중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에선 세 번인가 나오는 마술과 액션 장면만 풀스크린을 쓰고 나머지는 몽땅 레터박스로 밀어붙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자기 영화 그림을 망쳐놓고 만족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김대승, 배우: 유승호, 고아라, 곽도원, 조윤희, 이경영, 박철민, 손병호, 조달환, 다른 제목: The Magician

IMDb http://www.imdb.com/title/tt447163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detail.nhn?code=130786

    • 나름대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같은 효과를 내고 싶었나 봅니다. 4K 레이저 영사기로 봤는데, 비스타 시퀀스와 나머지 본편의 화질 차이가 확연하더군요. 비스타 부분만 고해상도로 작업한 듯.
    • 아이맥스도 아닌데. 쓸데없는 짓이죠.
    • 카카오스토리가 아니라 카카오페이지 인 것 같네요

영화 리뷰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54 터널 Địa Đạo: Mặt Trời Trong Bóng Tối (2025) 793 04-28
2453 리 크로닌의 미이라 Lee Cronin’s The Mummy (2026) 1 752 04-28
2452 살목지 (2026) 1 969 04-28
2451 제 98회 아카데미 상에 대해 몇 가지... 5 2,217 03-17
2450 호퍼스 Hoppers (2026) 1,675 03-12
2449 브라이드! The Bride! (2026) 1 1,608 03-06
2448 센티멘탈 밸류 Affeksjonsverdi (2025) 1 1,617 03-05
2447 아르코 Arco (2025) 1,197 03-03
2446 귀신 부르는 앱: 영 (2026) 1 993 03-02
2445 왕과 사는 남자 (2026) 2 2,025 03-01
2444 햄넷 Hamnet (2025) 1,399 02-28
2443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 (2026) 1,551 02-22
2442 휴민트 (2026) 1 2,454 02-13
2441 지느러미 (2025) 1 1,444 02-02
2440 솔 서바이버 Sole Survivor (1984) 954 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