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휴가 (2016)


조재현의 첫 감독작 [나홀로 휴가]의 주인공 강재는 모범 가장으로 소문난 아저씨입니다. 하지만 겉만 그럴 뿐이고 그는 10년차 스토커예요. 스토킹 대상은 잠시 불륜 관계였지만 이미 헤어져서 새 가정을 꾸민 시연입니다. 유일한 취미인 사진 촬영도 시연을 스토킹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고요. 불륜 관계에 빠지기 전에도 강재는 시연을 몰래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강재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인물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될만도 하고요. 영화 속에 나오는 온갖 종류의 변태들을 생각해보면 강재의 변태성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불쾌하지만 그냥 평범하죠.

문제가 되는 것은 영화의 태도입니다. 비윤리적인 인물을 그리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꾼의 태도입니다. 과학자처럼 최대한 객관적이 되려고 하면서 인물을 분석할 수도 있고, 이런 행동을 적극적으로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외에 여러 가지 회색의 영역이 있죠. 홍상수 같으면 자조할 것이고 김기덕이라면 자학할 것입니다.

[나홀로 휴가]는 최악의 길을 택합니다. 찌질거리는 것이죠. 영화가 강재에게 주는 변명은 그가 남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막판에 김제동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빌려서 남자가 여자보다 실연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강제주입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는 동안 10년 째 스토킹의 대상이 된 여자의 내면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 감독/작가가 남자니까 여자 쪽의 입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생각 자체가 없다는 식이죠. 감정이입의 능력이 자신과 자신의 동류인 개저씨들의 피부에서 2센티미터 밖으로도 못미치는 사람이 만든 영화입니다.

결과물은 개저씨의 향연입니다. 영화 내내 관객들은 강재를 포함한 비슷한 부류의 중년남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야 하는데, 다들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불쾌한 사람들입니다. 조재현은 그 불쾌함을 모르는 걸까? 설마요. 하지만 그는 마치 바바리맨이 어린 학생들 앞에서 자기 물건을 드러내는 것처럼 이 불쾌함을 흔들면서 관객들에게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봐라, 봐라, 이 지저분한 내 속옷 밑을 보라고!" 더 문제가 되는 건 이 노출증 환자의 자극적인 행위가 정말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16/09/30)

★☆

기타등등
명계남에서부터 감독 자신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배우 카메오가 많습니다. 그게 영화에 어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감독: 조재현, 배우: 박혁권, 윤주, 이준혁, 김수진, 다른 제목: A Break Alone

IMDb http://www.imdb.com/title/tt567759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7951

    • 그 문제의 조재현 인터뷰를 보니 한심하더군요. 폴리가미에 대해 말하는 건 좋은데 그걸 대체 왜 범죄와 구분없이 섞어놓고 남성성 들먹이고 있는 건지. 애초에 개저씨들에게 구별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요. 소라넷 서버다운 환영하는 사람들에게 성도덕 엄숙주의자라고 하던 녀석들이 또 생각납니다. 범죄와 즐거운 성생활/짝짓기를 도저히 구분 못하는 개저씨들 하루빨리 머스트 다이.
    • 오죽했으면 하나 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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