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Shock (1946)


지금까지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다가 풀려난 남편과 재회하려고 예약한 호텔을 방문한 자넷은 창문을 통해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맙니다. 창문 저편의 방에서 부부싸움 중이던 남편이 갑자기 성을 참지 못하고 아내를 촛대로 때려 죽인 거죠. 너무 충격을 받은 자넷은 그만 충격으로 얼어버립니다. 다음 날 호텔 방을 찾은 남편 폴은 아내의 상태에 충격을 받고 의사를 부르는데, 그 의사가 부른 전문의인 리처드 크로스 박사가 하필이면 바로 그 살인자 남편이었던 것이죠. 순식간에 진상을 꿰뚫어 본 크로스 박사는 자넷을 자신의 요양원에 입원시킵니다.

여러분은 이 도입부를 얼마나 믿을 수 있으세요? 아마 요샌 이런 이야기로는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겁니다. 오로지 40년대 관객들만이 만족하며 납득할 수 있을 설정으로 만들어진 영화죠. 정신의학의 묘사는 거칠고 주인공이어야 할 자넷은 처음부터 끝까지 잠자는 공주님 수준입니다. 아, 물론 영화는 당시 관심사의 반영이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막 끝난 뒤라 당시엔 전쟁피로증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군인들이 본토로 실려왔었죠. 이 영화에서 쇼크로 시달리는 주인공은 군인이 아니라 군인의 아내지만요.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자넷이 아닙니다. 악당인 리처드 크로스죠. 그는 도서추리물의 주인공이고 관객들의 감정이입 대상입니다. 영화는 그를 작정하고 악당으로 그리지 않아요. 살인은 사고였습니다. 그는 결코 결백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관객들이 은밀하게 납득할만한 동기가 있습니다. 관객들은 여전히 요양원 침대에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자넷이 크로스 박사의 마수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그러면서도 크로스 박사의 심리와 행동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미래의 호러 스타인 빈센트 프라이스의 존재감이죠. 어떻게 보면 크로스 박사는 그가 앞으로 죽어라 맡게 될 미친 과학자의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딱 동시상영용 B 영화입니다. 러닝타임도 1시간을 간신히 넘는 정도고요. 빈센트 프라이스의 존재가 이 영화에 일종의 아우라를 부여하긴 하지만 그를 제외하면 그렇게 기억할만한 면은 없죠. 보면서 '40년대 사람들은 이런 데에 관심을 가졌고 이런 걸 당연하게 생각했구나'라고 확인할 생각은 아니라면요.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란 건 아니에요. 자넷의 존재를 제외하면 거의 완전범죄처럼 보였던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밝혀지고 크로스 박사가 이에 반응하는 과정의 서스펜스는 괜찮은 편이에요. (16/10/31)

★★☆

기타등등
저작권 풀렸어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감독: Alfred L. Werker, 배우: Vincent Price, Lynn Bari, Frank Latimore, Anabel Shaw, Stephen Dunne, Reed Hadley, Renee Carson, Charles Trowbridge

IMDb http://www.imdb.com/title/tt0038937/

    • 두번째 단락 네번째 문장의 "전쟁이 정신의학의 묘사는 거칠고..." 에서 '전쟁이'는 잘못들어간 것 같습니다.
    • 여러분은 이 도입부를 얼마나 믿으실 수 있으세요?: 이중 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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