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Crazy Rich Asians (2018)


1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친척 결혼식에 주인공을 초대합니다. 알고 봤더니 이 친구 집안은 정말 왕족 수준의 부자. 남자는 주인공과 결혼하고 집안의 인정도 받고 싶은 모양인데, 이 집안의 무서운 여자들은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고, 사람 좋은 남자친구는 이들의 공격을 막는 데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정말 뻔한 이야기잖아요. 여러분이 저녁마다 동아시아 텔레비전 드라마를 습관적으로 시청하는 습관이 있다면 더 그럴 거고요. 단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조금 다른 틀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이건 할리우드 영화예요. 대사가 있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아시아계 배우인. 그러니까 만약 아시아 영화이거나 백인이나 흑인 배우들이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였다면 흔해빠졌다고 생각했을 공식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흔해빠진 사치 판타지와 멜로드라마가 도발적인, 거의 혁명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는 거죠. 하긴 혁명과 전쟁에서 스스로를 멋지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힘있다고 선언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죠.

혁명적인 의미를 지운다고 해도 여전히 재미는 있습니다. 익숙한 멜로디를 전혀 다른 식으로 편곡한 것 같다고 할까요? 동아시아 멜로드라마의 흔한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이는 영어권 감수성을 통해 할리우드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그 때문에 느낌이 전혀 다르며 캐릭터의 묘사나 선택이 전혀 다른 식으로 흐릅니다. 주인공 레이첼만 해도 캔디 캐릭터가 될 위기에 빠질 수 있지만 솔직히 뉴욕대 최연소 경제학 교수가 된 사람에게 싱가포르에 사는 부잣집 사람들의 압력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겠어요? 레이첼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동아시아 멜로드라마의 익숙한 억압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있어서 익숙한 갑갑함이 덜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영화예요.

단지 이 영화의 의미는 1회용입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1회용이어야 하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제목부터 뻔뻔스러운 스테레오타이프와 클리셰를 깃발처럼 흔들면서 시선을 끄는 영화입니다. 이 시도는 한 번이면 충분하죠. 이 뒤에는 다른 접근법을 쓰는 다른 종류의 영화들이 나와야 하는 겁니다. (18/10/25)

★★★

기타등등
같이 영화를 본 동행은 진짜 싱가포르 사람들도 영화에서처럼 '교포화장'을 하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싱가포르 연예인 사진들을 뒤지는 중인데, 잘 모르겠어요.


감독: Jon M. Chu, 배우: Constance Wu, Henry Golding, Michelle Yeoh, Gemma Chan, Lisa Lu, Awkwafina, Harry Shum Jr., Ken Jeong, Sonoya Mizuno, Chris Pang

IMDb https://www.imdb.com/title/tt310498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8047

    • 제목부터 안보고싶어요..
    • 생각보다 재밌었는데 국내에선 흥행이 잘 안되네요. 좀 내수용 영화같은 느낌이 들긴 했어요... 아시아계 미국인이 보는 아시아, 아시아계 미국인이 미국에 보여주고 싶은 아시아의 모습은 이런걸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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