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1


정부는 짐승을 닮은 사악한 독재자에 의해 접수되었습니다. 반대파들은 쫓겨나거나 누명을 썼고, 독재자의 수족이 된 주류 언론은 유언비어보다 못한 헛소리나 늘어놓고 있습니다. 거리는 정치 깡패들로 들끓고, 본격적인 빨갱이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 7년 전까지만 해도 명문학교에 입학해 창창한 미래를 꿈꾸었던 우리의 주인공들은 이제 졸업장도 없이 차가운 현실 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춥고 배고프고 공포에 떠는 우리의 주인공들에겐 어떤 좋은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언자는 전편에서 목숨을 잃었다죠, 아마.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동안, 저는 임의로 내용을 왜곡하거나 비틀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위에 적은 이야기는 J.K. 롤링이 쓴 원작 소설과 데이빗 예이츠가 감독한 영화판 모두에 실제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물론 롤링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특정 국가의 현실을 예언했던 것도 아닙니다. 우리를 멸망시키는 사악함은 대부분 게으른 진부함에 기인하고, 이들은 대부분 표면만 조금 바뀐 채 끝도 없이 반복됩니다. 롤링의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우리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린 원래 그런 동물입니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는 잠시나마 현실세계에서 달아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어느 기준으로 봐도 도피처가 못 됩니다. 일단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숙제를 해야 합니다. 그냥 극장 개봉될 때마다 [해리 포터]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놈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1분마다 튀어나오는 해리 포터 세계의 고유명사와 일반명사의 의미가 무엇이며, 인해전술이라도 하듯 쏟아져 나오는 영국명배우들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몽땅 알아야 하지요. 결코 만만한 숙제가 아닙니다. 그걸 통과하더라도 영화는 판타지의 즐거움과 거리가 먼 이야기만 합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독립적인 작품이 아니라 러닝타임이 5시간 정도 되는 긴 영화의 절반입니다.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쌓아놓은 고통과 고민만이 있는 작품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1편 때만해도 동글동글 귀엽기만 했던 해리, 허마이오니, 론 삼총사가 얼마나 컸는지 알고 놀랄 것입니다. 하느님, 해리 포터는 이제 면도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슴털까지 났습니다. 다크 서클이 배꼽까지 내려온 론은 우리가 영화를 안 보는 동안 감옥 독방에서 몇 개월 동안 썩다 온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도 허마이오니만은 용하게 샤방샤방함을 유지하지만, 그래도 이 아가씨가 이렇게 컸다는 것에 적응이 잘 안 됩니다. 해리와 허마이오니가 같이 나오는 특정 장면을 보면, 원작소설을 골백번 반복해 읽은 독자들도 잠시 기겁할 겁니다. 


이들이 영화 내내 다치고 쫓기고 싸우고 배반당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은근히 아이러니컬한 쾌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아이들은 그들이 사는 환상적인 세계의 환상적인 문제점들을 환상적으로 극복하는 환상적인 주인공들이었습니다. 하지만 7년 동안 그 세계에서 지내는 동안 마법은 이전의 매력을 잃었습니다. 적수인 어둠의 세력 역시 마법의 힘을 갖고 있으니, 그들의 마법은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 마법은 그들 세계의 컴퓨터이고 자동차입니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특별한 도움이 안 됩니다. 현실세계의 갑갑함에 갇힌 건 그들이나 관객들이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J.K. 롤링은 이미 그들의 운명을 완성해 놓았습니다. 7월에 제2부가 시작되면 그들은 역습의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고, 저 역시 그 결말을 기다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10/12/10)



기타등등

오래간만에 아이맥스 2D로 영화를 봤습니다. 자리도 거의 최상으로 받았죠. 하지만 전 일반 극영화를 볼 때 아이맥스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시야에 화면이 꽉 차는 것보다 화면 구성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더 중요해요.


감독: David Yates, 출연: Daniel Radcliffe, Emma Watson, Rupert Grint, Ralph Fiennes, Helena Bonham Carter, Alan Rickman, Julie Walters, Bonnie Wright, Jason Isaacs, Tom Felton, Timothy Spall, Michael Gambon, Robbie Coltrane, Brendan Gleeson, Clémence Poésy, David Thewlis, John Hurt, Evanna Lynch, Rhys Ifans, Imelda Staunton, Toby Jones, Rade Serbedzija, Jamie Campbell Bower, Miranda Richardson, Warwick Davis


IMDb http://www.imdb.com/title/tt092608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7901

    • 신성한 고등어여! ;;; 캐스트가...진짜 현존하는 영국배우들을 다 원양선그물로 쓸어서 데리고 와서 출연시킨 것 같군요 존 길거드 경의 귀신이 출연안하시는게 신기할 정도군요.
    • 이건 영화 리뷰가 아니라 일기네요^^ 하아 괜히 글을 읽으니 한숨이..........
    • 정말 우리들의 상황과 딱 떨어지는 리뷰입니다.
      뭐 우리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결말의 시기정도는 알수있을것 같네요.앞으로 2년정도만 참으면 새로운 희망을 볼수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ㅋ....
      우리는 진짜 어떻게 될까요
    • 후반부의 '카타스시스'를 위해 쌓아놓은 고통과 고민만이 있는 작품인 것입니다.-> '카타르시스'

      왠지 강렬한 초밥의 이름으로 딱인 듯 하군요.
    •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니까 계속 살아가게 되겠죠. 100년이 지나도 10000년이 지나도 백만년이 지나도 우주가 멸망할 때 까지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빠져나갈 길은 없겠죠.
    • 지난 혼혈왕자때도 말포이와 론의 외모는 정말 30대 후반은 되어보이던데...
      돈도 많을텐데 관리를 따로 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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