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2018)


[마당을 나온 암탉]의 팀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을 보고 왔습니다. 보려고 했다가 잠시 잊었는데, 그 동안 상영관이 급속도로 줄었더라고요. 영화제 반응도 좋았고 모니터링 시사회 평점도 높았다고 하던데, 그게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이유야 여럿 있겠죠. 전 이 이야기의 설정 자체가 좀 어두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워터십 다운]의 한국 개 버전을 상상하시면 되겠어요. 개들이 한국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고생을 다하고 그 중에 많은 개들이 죽습니다. 개가 버려지거나 고생하거나 죽는 거 보기 싫어서 이 영화를 건너뛰는 관객이 있다면 전 이해하겠거든요.

주인공은 뭉치라는 보더 콜리입니다. 아파트에 사는 부부에게 입양되었다가 아내가 임신하자 시골에 버려졌죠. 뭉치는 짱아라는 시츄가 이끄는 떠돌이 개의 무리에 합류해 철거촌 생활을 시작하는데, 우연히 산 속에서 멧돼지를 사냥하는 들개 무리를 만나고 밤이란 암컷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거의 에이허브 수준으로 집요한 개사냥꾼이 철거촌의 개들과 들개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개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은 어딘가에 있다는 개들의 유토피아. 제가 말했잖아요. [워터십 다운]이라고. 단지 그 유토피아는 동시대 한국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어떤 곳입니다. 이쯤하면 짐작가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끔 어색한 농담이나 감상주의가 발목을 잡긴 하고, 캐릭터들이 전형성에 갇혀 있지만 (뭉치는 남주 버프를 받는 무개성이지만 뭐든지 열심히 하는 수컷이고, 밤이는 나쁜 거 하나 없는 걸크러시 여주이고 기타등등), [언더독]은 대체로 탄탄한 멜로드라마입니다. 새롭지는 않지만 안정된 각본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한국의 유기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요. 게다가 의외로 타협을 안 합니다. 영화는 의인화된 개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해피엔딩을 추구하지만 쉬운 길을 가지 않아요. 개공장, 유기, 학대, 로드킬 등등 안 다루는 게 없습니다. 의인화한 동물을 다룰 때 많이들 은근슬쩍 넘어가는 부분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개들의 고라니 사냥 장면을 아주 꼼꼼하게 보여줘요.

생각했던 것보다 3D의 비중이 큰 영화였습니다. 중요한 캐릭터들은 모두 3D로 만들어졌어요. 가끔 그런 캐릭터가 2D 단역 캐릭터들과 얽히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기억력이 나빠 [마당을 나온 암탉]과 일대일 비교는 못하겠어요. 하지만 보편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배경과 캐릭터를 담으려는 노력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전히 버려진 개가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셔도 될 거 같아요. (19/01/25)

★★★

기타등등
영화 끝나고 갑자기 든 생각. 뭉치는 중성화 수술을 안 받았던 걸까요?


감독: 오성윤, 이춘백, 배우: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강석, 이준혁, 연지원, 전숙경, 박중금 다른 제목: Underdog

IMDb https://www.imdb.com/title/tt785200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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