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2021)


영화의 소재가 된 실존 인물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다고 해도 제목이 내용을 말해주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샤카 킹의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그런 작품이지요. 제목만 봐도 이 영화가 예수 서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정말 그 길을 충실하게 따라요. 작가의 의도가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 사건이 그렇게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예수'는 프레드 햄튼입니다. 1960년대 말, 블랙팬서당 시카고 지부 의장이었던 사람이에요. 카리스마 넘치는 연설가이고 리더였으며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놀라운 정치가가 될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단순히 흑인 인권 운동만을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단체들을 규합해서 레인보우 연합을 결성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에드가 J. 후버가 햄튼을 눈여겨 보았고 결국 당시 FBI의 카운트 인텔리전스 프로그램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유다'인 윌리엄 오닐이 등장해요. 차도둑질을 하다 체포된 오닐은 FBI의 끄나풀이 되어 블랙팬서당에 잠입합니다. 그리고 지부의 보안담당의 자리까지 오르면서 햄튼과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이들에겐 제목이 정한 예수와 유다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프레드 햄튼이나 블랙팬서당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않았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공부를 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리스 비극처럼 익숙하고 고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이 고전적인 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상황을 이해하는 동안에도 드라마는 강렬한 힘을 유지합니다. 프레드 햄튼보다 윌리엄 오닐에 기운 각본 역시 관객들의 감정 이입에 도움이 되고요. 햄튼은 강력한 캐릭터지만 거의 '위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평범한 남자이고 배반자인 오닐은 다르지요. 결말이 빤히 보이면서도 우리는 오닐을 따라갑니다.

역동적이고 쿨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표면적인 멋짐을 그리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당시 복잡하고 어두운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올바른 길을 추구하려 했던 사람들의 단단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하고 있지요. 결국 한없이 인간적인 비극으로, 어쩔 수 없는 부정의로 끝나는 이야기지만 티끌만큼의 시니시즘도 찾을 수 없고 끝까지 당당하고 위엄있는 작품입니다. (21/04/11)

★★★☆

기타등등
둘 다 너무 어렸어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두 사람은 모두 20대 초반입니다. FBI는 틴에이저일 때부터 이들을 타겟으로 삼았던 거예요. 하긴 국가폭력이 언제 나이를 따졌나요.


감독: Shaka King, 배우: Daniel Kaluuya, Lakeith Stanfield, Jesse Plemons, Dominique Fishback, Ashton Sanders, Darrell Britt-Gibson, Lil Rel Howery, Algee Smith, Dominique Thorne, Martin Sheen

IMDb https://www.imdb.com/title/tt978479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6372

    • 아카데미에게 리드캐릭터가 없다고 평가받은 그 작품이군요. 예수와 유다가 모두 조연이면 대체 주연은 누구란 말입니까....ㅋ
      안그래도 기대작이었는데 듀나님 평가를 보니 더욱 더 기대됩니다.
      • 시상식 노미네이션, 수상 확률을 높이기 위해 주연급 역할을 조연으로 캠페인 하는 이런 행태는 제재가 있어야하는데(작년 브래드 피트 등) 투톱 영화 주인공 둘을 둘 다 조연으로 올리는 건 너무 선넘었네요 진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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