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에 탄 소녀 (2021)


[불도저에 탄 소녀]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티저 포스터와 제목 때문에 화제가 되었었지요. 정작 영화에서 주인공이 불도저를 타는 장면은 별로 없지만요. 앞 뒤에 두 번 나옵니다. 뒤에 것은 모두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부분이지요.

인천 누아르입니다. 영화의 '불도저에 탄 소녀'는 혜영이라는 성격 많이 안 좋은 불량소녀입니다. 어느 날 혜영의 아버지 본진은 남의 차릍 타고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뇌사 상태에 빠집니다. 피해자는 합의금을 요구하고 아빠의 중국집은 2주 뒤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판입니다. 암만 봐도 상황이 말이 안 되는데,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혜영 스스로 알아내야죠.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몰입감이 높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가 '재미있느냐'.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몰입한다면 그 이유는 혜영과 본진에게 일어난 사건이 애매한 계급의 한국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의 총집합과 같기 때문입니다. 교통사고, 보험금, 부동산, 보증과 같은 것들이 촘촘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대부분 그렇듯, 몇 분마다 억울함이 터져 나옵니다. 영화는 이를 적절한 템포와 페이스로 정리하며 진행시키고 감정적 에너지는 강렬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가진 고유의 풍미는 그렇게까지 강한 편이 아닙니다.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 역시 단순한 편이고요.

이 빈 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김혜윤이 연기하는 혜영입니다. 복잡미묘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하지만 에너지와 울분이 넘치고 포기를 모릅니다. 불도저를 몰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작은 불도저 같은 사람인데, 그 때문에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포기한 지점에서 멈추지 않고 덤비다 결국 균열을 냅니다. 이를 비현실적이라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원래 세상에 생채기를 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멈춘 곳에서 멈추지 않지요. (22/04/12)

★★★

기타등등
전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바보냐? 당연히 백업했지!" 같은 대사를 듣고 싶습니다.


감독: 박이웅, 배우: 김혜윤, 박혁권, 오만석, 예성, 최희진, 박시우, 다른 제목: The Girl on a Bulldozer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The_Girl_on_a_Bulldozer.php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1701

    • 몇 부마다 -> 몇 분마다의 오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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