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Wolf (2021)


제이콥은 종정체성장애를 앓고 있는 젊은 남자입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이 사람은 자기를 늑대라고 생각해요. 가족은 제이콥을 안젤리 박사와 맨 박사가 운영하는 시설로 보냅니다. 그곳엔 자신이 다람쥐, 독일 셰퍼드, 앵무새 등등의 짐승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이콥은 살쾡이라고 주장하는 세실이라는 환자와 가까워집니다.

영화가 그리는 종정체성장애 또는 동물화망상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안젤리와 맨이 운영하는 시설의 비용을 충당할 정도 이런 사람들이 많은지는 더더욱 알 수 없고요. 하지만 제 생각엔 이 영화의 묘사는 사실적인 무언가보다는 비유나 상징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이 영화 속 환자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모두를 대표하는 존재들이지요.

물론 이들만의 특별한 조건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자신을 다람쥐라고 믿는다고 해도 실제로 다람쥐처럼 나무를 탈 수는 없는 것이고, 아무리 자신을 앵무새라고 믿는다고 해도 인간의 몸으로 하늘을 날 수는 없으니까요. 맨 박사는 이를 이용해 환자들을 설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자신이 인간의 몸에 갇혀 있는 존재들이라고 믿고 있으니 이 방법은 한계가 있죠. 결국 관객들은 의사들에게 적대적이 되고 환자의 욕망을 옹호하게 됩니다. 중간중간에 '그래도 저렇게 살 수는 없지'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이 영화의 결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지요. 상징성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찾기가 힘든 겁니다. 사실성의 틀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단조롭고 좀 답이 없다는 느낌이어서요.

아일랜드/폴란드 합작 영화입니다. 감독인 나탈리 비앙케리는 영국에서 공부한 이탈리아 사람이고요. 2019년에 낸 첫 번째 장편영화 [Nocturnal]의 평이 좋은데, 이 영화와 비교하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22/09/13)

★★☆

기타등등
자신을 늑대라고 믿는 남자의 이름을 제이콥이라고 지은 게 그냥 우연일까요.


감독: Nathalie Biancheri, 배우: George MacKay, Lily-Rose Depp, Paddy Considine, Eileen Walsh, Fionn O'Shea, Lola Petticrew

IMDb https://www.imdb.com/title/tt1069817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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