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랜드 특급 The Sugarland Express (1974)


[슈가랜드 특급]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입니다. 그 전엔 텔레비전 영화였던 [듀얼]과 [Savage], [Something Evi;] 그리고 고등학교 때 [파이어라이트]라는 아마추어 영화를 찍은 적 있어요. 그러니까 [슈가랜드 특급]은 첫 장편용 영화는 아니지만 첫 극장용 장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흥행에서 실패해 막 도약하려던 젊은 감독의 미래를 어둡게 했지요. 폴린 카엘과 같은 몇몇 평론가들은 좋아했고 칸에서 각본상을 타긴 했지만요. 다음 해에 나온 영화가 [죠스]니까 젊은 스필버그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1969년, 아일라 페이 홀리데이와 로버트 덴트라는 커플이 J. 케네스 크론이라는 교통경찰을 잡고 인질극을 벌였어요. 경찰과 매스컴은 이들이 탄 차를 따라가면서 느리고 긴 추격전을 벌였고요. 그렇다고 스필버그의 영화가 당시 사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야기의 에센스만 가져와 새 이야기를 만든 것이죠.

영화는 탈옥으로 시작합니다. 실직한 미용사인 루 진은 감독에 있는 남편 클로비스를 탈옥시킵니다. 그들의 목표는 담당기관에게 빼앗겨 지금은 위탁가정에 있는 아들을 데려오는 것입니다. 훔친 차를 타고 달아나던 그들은 따라오는 경찰관 맥스웰 슬라이드를 인질로 잡습니다. 그 뒤를 경찰들이 추적하고 거기엔 매스컴이 달라붙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열광하고요. 무지 바보 같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고, 중간에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이런 결말까지 이르지는 않았겠지요. 아, 그리고 무지 텍사스스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텍사스와 텍사스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총동원돼요. 그 중 가장 절정은 중반에 등장하는 총기광 콤비겠지요. 어른 남자들의 광기에 진저리를 치며 달아나는 안경잽이 남자애는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를 가장 많이 반영한 캐릭터가 아닐까요.

영화는 여러 모로 1970년대스럽습니다. 당시 영화들이 갖고 있던 반골 정신이랄까 그런 게 있어요. 결코 주인공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국가 시스템에 대한 반감도 보이고요. 그런데 이건 1970년대 미국문화의 보편적이고 어느 정도 무개성적인 경향이고, 우리가 스필버그라는 감독에게서 보는 개성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위태로운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스필버그의 관심사가 꽤 오래 전부터 일관성이 있다는 증거로 읽히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건, 스필버그가 이 때부터 그냥 완성형 감독이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잘 만들었어요. 특히 [듀얼]에서도 볼 수 있었던 자동차를 다루는 테크닉은 이 영화에서 꽃을 피웁니다. 카 체이스의 재미도 있지만 자동차 안과 바깥을 오가며 드라마를 연출하는 방식 같은 건 기가 막히게 잘 되어 있어요. 당시 몇몇 평론가들은 이런 테크닉의 과시 때문에 캐릭터가 위축되었다고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의 이런 영화적 테크닉은 오히려 이 어리석고 철없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공포와 열광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지 당시 관객들은 이런 식으로 전달되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이지요.

존 윌리엄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협업 영화입니다. 아직은 [죠스]부터 본격화된 윌리엄스 특유의 클래식한 사운드는 상대적으로 덜 느껴집니다. (23/06/13)

★★★☆

기타등등
1. 당연한 일이지만 [파벨만스]를 보면 두 주인공의 묘사가 또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이 스필버그 부모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건 아니지만요.

2. 실제 사건의 인질이었던 J. 케네스 크론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감독: Steven Spielberg, 배우: Goldie Hawn, William Atherton, Ben Johnson, Michael Sacks, Gregory Walcott, Steve Kanaly, Louise Latham, Dean Smith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2226/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559

    • 처음엔 듀얼 생각만 하고 봤는데 초반 이후로 그렇게 긴박한 카 체이싱은 없고 너무 느긋하게 이어지는 추격전이라 조금 당황했어요. 찾아보니까 실제 사건은 거의 하루만에 해결됐다고 하던데 일부러 여유있게 각색하면서 이 어리석은 젊은 부부를 통해 당시 미국 사회에 대해 뭔가 말하고 싶었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그 텍사스 총기광 콤비하니 로스트 인 더스트에서 텍사스 주민들이 죄다 총들고 나와서 직접 강도 주인공들 잡으러 가던 후반부가 생각나네요.
    • '실직한 미용사인 루 진은 감독에 있는 남편 클로비스를 탈옥시킵니다.'

      [감독 -> 감옥] 일 것 같습니다.
    • 파벨만스를 보면 주인공이 어린 시절 만든 영화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매번 감탄을 금치 못하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만든 것임에도 그게 1도 과장이 없는 묘사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니까요..
    • 세 번째 장편이란 건 잘못된 계산입니다. 그 뒤에 텔레비전 영화 두 편을 더 찍었지요. 그 중 한 편인 [Something Evil]은 MBC에서 틀어줘서 본 적 있습니다. 반영합니다.
    •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는 건, 스필버그가 이 때부터 그냥 완성형 감독이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맞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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