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말리아 Parmi Nous (2023)


[아니말리아]는 제가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본 유일한 아프리카 영화입니다. 모로코 영화지요. 정확히 말하면 모로코 감독이 만든 모로코, 프랑스, 카타르 합작 영화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이토입니다. 한국 드라마 시청자라면 익숙한 설정의 사람이에요. 부잣집 남자와 결혼했는데, 집안이 변변치 못하고 심지어 베르베르 사람입니다. 계급도, 돈도 딸리는데다가 지역차별도 겪고 있죠.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건 미모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당연히 시댁 사람들에게 은은한 구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언어와 억양 기타등등으로 그려내는 미묘한 묘사는 제가 많이 놓쳤을 거예요.

그런데 남편과 시댁 사람들이 모두 떠나 있는 동안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정확히 그 이상한 일이 무슨 일인지는 잘 알 수 없어요. 아마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존재가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방문한 거 같아요.

이토는 남편을 만나러 여행을 떠납니다. 사람들도 피난을 떠나는 중입니다. 그리고 새, 개, 벌레 같은 동물들이 이상하게 행동해요. 그렇다고 인간을 공격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종종 이토와 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교 신자입니다. 하지만 모로코니까 근본주의 신자는 아니죠. 여자들도 예배당이 아닌 곳에서 히잡을 쓰지는 않고. 그래도 이토는 나름 독실한 신자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종교라는 게 좀 교회 다니는 강남 부자들의 기독교 같은 거예요. 이토가 중간중간에 만난 다른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냉소적입니다. 진짜 신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을 돕겠지만 실제 세상은 바다에 강물을 붓듯 부자들만 돕지 않냐고요.

이런 종교에 대한 냉소주의는 영화 전체를 지배합니다. 사람들이 후반부엔 더 그렇고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사람들은 더 종교적이 되는데, 다른 차원에서 온 비인간 존재가 우리의 종교 따위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할 리가 없잖아요. 사실 그 존재가 인간을 특별대우해야 할 이유도 없지요. 다른 동물들이 그렇게 이상하게 구는 건 인간에게 안 보이는 방식으로 그 존재와 소통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개 같은 동물은 더 말이 잘 통하는 건지도 모르죠.

짐작하셨겠지만 제가 무지 공감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영화라는 뜻입니다.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 종교에 대한 입장, 가부장 시스템에 대한 냉소 모두가 저에게 맞았어요. 당연히 이런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전 약간 객관성을 잃는데, 그래도 영화가 가진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이 가지는 호소력은 무시할 수 없는 종류라는 건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3/08/06)

★★★☆

기타등등
소피아 알라오우이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그 전에 찍은 단편 영화 [So What If the Goats Die]는 여기서 보실 수 있는데, 초자연현상을 다루는 분위기의 유사점이 보입니다. https://youtu.be/amN2zApQALA


감독: Sofia Alaoui, 배우: Oumaïma Barid, Mehdi Dehbi, Fouad Oughaou, Souad Khouyi, Hiam Abbass, 다른 제목: Animalia

IMDb https://www.imdb.com/title/tt17006040/
Daum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66796

    • 리뷰 잘 읽었습니다. 혹시나 기회되면 보러가야겠어요. 별점도 별점이지만, 아프리카 영화라는 점이 뭔가 더 상징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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