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납작 엎드릴게요 (2023)


[더 납작 엎드릴게요]의 제작사는 고라니북스라는 곳이에요. 영화 중간에 '1시간 동안 줄서서 먹는 고라니 칼국수 식당'이 나와서 이 회사 이름을 건드립니다. 궁금해서 검색해 봤어요. 일단 고라니북스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된 헤이송의 에세이집 [더 납작 엎드릴게요]를 출판한 곳입니다. 출판사에서 원작을 직접 각색해 영화화한 거죠. 그리고 이 출판사를 설립한 사람이 바로 이 영화의 감독인 김은영입니다. 출판사에서 에세이를 팔아 번 돈으로 영화제작비를 번대요. 김은영이 대구에 기반을 둔 여성감독이라는 정보를 접하자 이 모든 퍼즐이 맞추어졌습니다.

러닝타임 63분밖에 안 되는 짧은 영화입니다. 그것도 다섯 챕터로 쪼개져 있지요. 그러니까 이건 한 20분 안팎 정도 되는 시트콤을 묶은 거예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이런 식으로 계속 한 없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스가 충분히 공급된다면요.

영화의 배경은 절 안에 있는 관세음보살 출판사입니다. 주인공인 혜인은 이 출판사의 5년차 막내 직원이고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개성을 이루는 건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중의 직장 환경입니다. 출판사 이야기는 아주 드물지 않고, 불교 이야기도 아주 없지는 않은데, 이 둘이 겹치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익숙한 편입니다. 불교 출판사라고 동료들의 갑질이나 고객들의 진상과 같은 게 안 일어나는 건 아니지요. 단지 이런 것들이 불교의 문화와 언어 속에서 벌어질 뿐이죠. 이 차이만으로도 꽤 차별화되는 이야기들이 나오긴 합니다. '결국 직장인 수난사는 어딜 가도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기술적으로 아주 세련되지는 않았고, 그런 세련됨을 의도한 영화도 아닙니다. 중반 이후에 대놓고 유치한 농담을 퍼붓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뻔뻔스러운 농담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있지요. 영화제에서라면 관객들과 훨씬 재미있게 봤을 거 같긴 합니다. 하지만 전 오늘 이 영화를 아주 외롭게 봤어요. (24/08/09)

★★☆

기타등등
김은영 감독이 이 영화의 출판사 삼인방 배우를 다시 데리고 와서 만든 단편영화가 얼마 전에 부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야식금지클럽]이라고요. 아쉽게도 전 놓쳤어요.


감독: 김은영, 배우: 김연교, 장리우, 손예원, 임호준, 김금순, 다른 제목: Will You Please Stop, Please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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