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정정기간 (2023)


전 당연히 [성적 정정기간]이 학생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어요. 이 영화의 김건은 호서대학교의 교수로, 워크숍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출연해야 한다는 조건이 아주 중요했대요. 감독 자신도 이 영화에서 교수로 출연합니다.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김건의 감독 작품은 2007년작 단편 [돼지와 셰익스피어]가 낯익습니다. 하지만 한예종 졸업 이후로는 작품이 없었던 거 같아요. 이 단편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요.

말 그대로 성적 정정기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늘 A를 받았던 학생 한 명이 B 플러스를 받습니다. 학생은 교수에게 따집니다. 그리고 확답을 들을 때까지 친구들과의 약속을 깨고 학교에서 기다려야 해요. 단지 여기엔 딜레마가 있습니다. 만약 이 학생이 A를 받는다면 A를 받은 다른 학생 한명이 B를 받게 됩니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선명하고 단호한 태도로 그립니다. 그건 B 플러스를 받은 학생의 성격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번 B 플러스를 받는다고 이 학생의 삶에 엄청난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원칙이라는 것이 있죠. 이 사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대충 넘기는 일이 없고 모든 행동과 선택엔 이유가 있습니다.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마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윤리극이기도 하지만 캐릭터 스터디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줄거리 요약이 담는 것보다는 훨씬 풀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도서관에서 나누는 학생들의 잡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카라바조 그림 속 남자처럼 생긴 이탈리아 남자와 연애를 한 한국인 여자 이야기를 꽤 길게 나오는데, 이건 제목이 지정한 본론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나중에 우리는 학생이 만나는 조교와 관련된 사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역시 본론과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이죠.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고 모두 영화 속 세계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총합은 그냥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24/12/03)

★★★

기타등등
영화에서 언급되는 카라바조의 그림은 이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습니다만.

https://www.caravaggio.org/the-calling-of-saint-matthew.jsp#google_vignette


감독: 김건, 출연: 고경서 , 김동욱 , 박가은 , 조혜인, 다른 제목: Grade Apeals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6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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