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 (2024)

[허밍]의 주인공 성현은 녹음기사입니다. 신림동 근처 국사봉 언저리의 동네에 녹음실을 하나
갖고 있는데, 재개발 때문에 철거를 앞두고 있지요. 그런데 어느 날 1년 전에 찍은 독립영화의
후시녹음 일이 들어옵니다. 그 장면을 연기한 배우 미정은 그 동안 죽었고, 애드립 연기였기
때문에 아무도 정확한 대사를 모릅니다. 성우 연기를 공부한 적 있는 신인배우 민영이
더빙을 위해 성현의 녹음실을 찾고 두 사람은 그 대사를 상상해내야 합니다.
많은 영화에 대한 영화가 그렇듯 [허밍]도 자기반영적인 영화입니다. 감독인 이승재는
실제로 꽤 오랜 기간 동안 녹음기사로도 일해왔다고 하더군요. 성현의 캐릭터는
자기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자기가 지내온 다른 녹음기사들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설정이잖아요. 이건 영화라는 예술의 기술적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이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무도 보지 않고 곧 잊혀버릴 창작 작업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주제만으로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할 수 있지요.
단지 영화가 이 설정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완성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사건의 진상' 따위가
아닙니다. 성현의 눈으로 본 두 여자인 미정과 민영이 충분히 재미있느냐죠. 모든
미스터리, 대화, 묵상이 이 여자들을 통해 나오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성현의
사고방식과 시야에서 벗어난 여자들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아무리 배우들이 노력을 해도 이 여자들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아주 얇아요.
그렇다면 영화도 어쩔 수 없이 얇아질 수밖에 없고.
(24/12/11)
★★☆
기타등등
미정 역의 박서윤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습니다.
감독:
이승재,
출연:
김철윤, 박서윤, 김예지, 손준영,
다른 제목: Hum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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