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 소녀 Zuopiezi Nuhai (2025)


[왼손잡이 소녀]의 감독 쩌우스칭은 션 베이커의 오랜 파트너입니다. 첫 감독작인 [테이크 아웃]을 베이커와 함께 공동감독했고 그 뒤에 수많은 베이커 영화에서 제작자, 의상담당, 카메라 오퍼레이터 등등으로 함께 했어요. 이 영화는 이 사람의 첫 단독 감독작인데, 베이커가 제작, 공동 각본, 편집을 맡았어요.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베이커의 감독작이 아닌데도 자꾸 베이커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면 아주 자연스러워요. 이 영화에는 베이커의 전작에서 보있던 수많은 것들이 있어요. 특히 방치된 아이를 다룬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많이 겹칩니다. 그렇다면 공동 작가인 베이커의 영향이 큰 것일까요. 아니면 영화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공동 작업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한 것일까요.

영화의 배경은 타이페이입니다. 주인공은 막 이 도시에 온 가족이고요. 엄마와 두 딸이에요. 큰 딸인 이안은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제목의 '왼손잡이 소녀'인 아징은 정말 어려요. 엄마는 야시장에서 식당을 엽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가족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지요. 이 사람들은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몰락한 중산층이에요. 병을 앓던 아버지는 영화 초반에 죽고요. 엄마의 부모는 아직 살아있고 경제적으로도 그럭저럭 넉넉하지만 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는 않습니다. 엄마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가려고 애를 쓰며 아이들은 방치됩니다. 정확히 말해 아징이 방치되는 거죠. 더 이상 방치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만큼 큰 아인은 같은 시장에서 빈랑을 파는 가게에서 일합니다. 그리고 그 가게의 사장과 엮여요.

아, 그리고 제목. 아징의 외할아버지는 왼손잡이는 재수가 없고 반드시 오른손만을 써야 한다는 미신을 아징에게 주입시킵니다. 아무도 그런 건 믿지 않는데 외할아버지만 그러는 거죠. 그리고 그 미신은 아징에게 이상한 영향을 끼킵니다. 아이는 시장을 돌아다니며 왼손으로 물건들을 훔치기 시작합니다. 영화에 동화스러운 선명한 등뼈 스토리를 부여하는 거죠. 아징의 왼손은 정상성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상징에서 넘어서 구체적인 주체가 되어 움직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영화는 아무리 환상적인 클라이맥스를 갖고 있어도 "저 애는 앞으로 어떻게 해!"라는 한숨이 나오잖아요. 이 영화는 가족에게 상대적으로 밝은 결말을 줍니다. 일단 엄마인 쉬펀부터가 그렇게 대충 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냥 운이 없을 뿐이죠. 그리고 아징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게 보여요. 정말 셜리 템플스러운 존재지요. 셜리 템플이 주인공이라면 아무리 험악한 일들이 일어나도 결말까지 가는 과정은 조금 더 안심이 되지요. 물론 그 과정은 여러 모로 험악합니다. 거기까지 가려면 여러 대환장쇼를 거쳐야 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엔 반전도 있습니다. 그걸 통해 가족의 초상이 완성되지요.

추례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이미지는 정말 컬러풀하고 예뻐요. 아이폰으로 영화 전체를 찍었다는데, 디지털 화면만이 갖는 그 화사함이 있습니다. 타이페이의 하늘을 이렇게 예쁘게 찍은 영화는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영화의 내용과 그 이미지는 별다른 아이러니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25/11/18)

★★★☆

기타등등
아징이 마마무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노래들은 아징보다 나이가 많을 텐데.


감독: Shih-Ching Tsou, 출연: Janel Tsai, Shih-Yuan Ma, Nina Ye, Brando Huang, Akio Chen, Xin-Yan Chao, 다른 제목: Left-Handed Girl

IMDb https://www.imdb.com/title/tt2772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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