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지마 (2024)


[고백하지마]를 보았습니다. 류현경의 첫 장편감독작입니다. 이 사람은 그 전에도 단편들을 몇 편 감독했었고 그 중 전 [날강도]를 영화제에서 본 적 있어요. 누군가는 [고백하지마]를 습작이라고 하던데 그건 아니고요. 좀 실험적인 시도이긴 합니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걸 하는 영화는 아니고, 그냥 영화 제작 가능성을 개인적인 스케일 안에서 갖고 놀아보는 영화죠.

영화 내용 자체보다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네요. 영화의 두 주연배우 류현경과 김충길은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감독작인 [하나, 둘, 셋 러브]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비가 와서 예정된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되자, 두 사람은 즉흥 연기로 짧은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촬영현장에서 김충길이 류현경에게 고백을 한다는 내용이었죠. 몇 개월이 지난 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설정을 만들어 배우들이 부산으로 내려가 또 영화를 찍었는데, 이 부분도 모두 즉흥연기로 이루어졌고요. 그렇게 해서 69분짜리 영화가 나왔고 서독제에서 상영되었으며, 그러다 보니 류현경은 얼떨결에 1인 배급사를 차려 이 영화를 배급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스토리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보통 영화라면 이런 고백 다음에 연애나 스토킹 같은 것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 뒤에도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아요. 영화는 그 대신 캐릭터들의 내면과 일상을 보여주는 쪽에 집중하는데, 일부는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고, 일부는 영화적 과장이 들어갑니다. 이 둘이 반반 섞인 예로는 류현경이 부산에서 한 연기 강의에서 겪는 수모를 들 수 있겠네요.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허구화된 자기 자신을 연기하기 때문에 보다 보면 어디까지가 실제 자신의 반영인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대사를 따라잡기가 조금 힘든 영화입니다. 사운드가 많이 날 것이라 그렇기도 한데, 그보다는 대사가 각본 없이 진행되어서 모양이 잡혀 있지 않아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꽤 많고. 그 때문에 좀 힘들기도 하지만 무척 현실적이기도 해서 영화의 거침 없는 캐릭터 묘사와 함께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작고 거친 실험이지만 보는 재미가 있고. 일단 영화가 짧으니까요. (25/12/26)

★★★

기타등등
류현경은 벌써 차기작을 준비 중이라는군요. 로맨스이고 내년 촬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감독: 류현경, 출연: 류현경, 김충길, 김무건, 김오키, 신민재, 다른 제목: Don't Go Back

KMDb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37776

    • 류현경이 연출도 하고 있었군요. 길이도 적당히 짧고 컨셉이 재밌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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