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의 일생 The Life of Chuck (2024)

[척의 일생]은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을 각색한 마이크 플래너건의 영화이고 톰 히들스턴, 카렌 길런, 추이텔 에지오포, 제이콥 트렘블레이,
마크 해밀 등등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아트하우스관에 걸리네요.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느슨하게 연결된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원작 단편도 마찬가지였고요. 3부에서 시작해서 1부로 거꾸로 거슬러가는
구성인데, 킹은 3부를 쓴 뒤 분명한 계획 없이 계속 그 뒤(또는 앞)의 이야기를 추가해 갔다고 합니다. 3부의 이야기가 1부로
가면 완벽하게 설명되긴 하는데, 그냥 3부만으로도 독립적인 이야기로 큰 문제가 없어요. 그것만 따로 놓으면 [환상특급]이나 [어메이징 스토리]
에피소드 하나 정도처럼 보이거든요.
3부는 재난물처럼 시작합니다. 인터넷이 끊기고 캘리포니아가 바다로 휩쓸려 가고. 전세계에서 쓰나미와 전염병이 창궐하고.
심지어 독일에서 화산이 터지고. 그냥 세상이 멸망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일은 그와 함께 척 크랜츠라는 남자의
얼굴이 붙은 광고가 사방에 나타나고, 그 사람 누구인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이 세계가
물리적인 현실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건 맞습니다.
2부는 톰 히들스턴이 나오는 파트입니다. 3부로부터 몇 개월 전. 이 영화의 주인공인 척 크랜츠는 회계사인데,
우연히 회의에 참석했다가 길거리 드러머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건 그 사람의 마지막 삶의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이지요.
1부는 척의 어린시절 이야기입니다. 부모를 잃고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척은 할머니와 학교 댄스 선생의 영향으로
춤의 즐거움에 대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결국 회계사가 되어 상식적인 삶을 살아갈 운명이고 그건 전혀
나쁜 일이 아니죠. 아, 그리고 척의 집에는 아마도 초자연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은, 출입이 금지된 방이 있습니다.
영화와 원작의 기반이 되는 테마는 월터 휘트먼의 [풀잎]에 실린 [나 자신의 노래]라는 장시 후반에 나오는
'나는 크다. 나는 다량의 것을 품고 있다'라는 싯구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한 우주라는 거죠. 영화가 종종 언급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은데.
물론 그 우주의 수명은 유한하고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건전하고 감동적이고 많이 감상적인 영화입니다. 90년대엔 이런 종류의 판타지 영화들이 꽤 많이 나왔는데
말이죠.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이 감상주의가 영화의 무게를 많이 잡아먹긴 하는데,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잘 만들었고
매력적인 구석도 많습니다. 원작의 가능성을 잘 살린 여유로운 각색이고요.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많습니다.
플래너건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 이 사람과 전에 함께 일했던 베우들이 여기저기 나오기도 하고요.
아낼리스 바소의 나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척의 할머니로 미아 사라가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10여년의 은퇴생활을 접고 출연했다더군요. 그런데
정말 아름답게 나와요.
(25/12/29)
★★★
기타등등
가변화면비 영화입니다. 2.35:1로 시작했다가 2.0:1을 거쳐 1.85:1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주제엔 맞는데, 이걸 마스킹
안 한 비스타 상영관에서 틀면 그림이 끔찍하겠죠.
감독: Mike Flanagan,
출연: Tom Hiddleston, Chiwetel Ejiofor, Karen Gillan, Mia Sara, Carl Lumbly, Benjamin Pajak, Jacob Tremblay, Mark Hamill,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908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