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밤의 여행자들 Les Passagers de la nuit (2022)

[파리, 밤의 여행자들]은 미카엘 에르스라는 프랑스 감독의 2022년 영화인데, 우리나라엔 조금 늦게 들어왔네요. 이 감독의
전작은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시대배경은 1980년대입니다. 1981년 미테랑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시작하죠. 하지만 영화는 대부분 1984년과 1988년에 머뭅니다.
중간중간에 도시를 찍은 아카데미 비율의 비디오나 16밀리 화면이 삽입되는데, 아마 그건 실제 당시 영상자료인 거 같아요.
영화는 엄마와 남매로 구성된 3인 가족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누나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독립하기 때문에 모자
중심이에요. 미카엘 에르스가 75년생이니, 아들보다는 나이가 좀 어린 편인데, 꼭 자전적이어서 이 시대를 선택한 게
아닐 수도 있지요. 자전적이라고해서 나이를 그렇게 맞출 필요도 없는 것이고. 미테랑 정권 자체라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겠죠.
영화를 여는 사건은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연기하는 엄마 엘리자베트의 이혼이에요. 아빠는 집을 나가 여자친구와 살고 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요. 아빠는 위자료도 내지 않고 가족이 살고 있는 집도 소유하고 있는 모양인데, 도대체 이혼을
어떻게 한 건지?
하여간 경제적 문제로 애를 먹던 엘리자베트는 일자리를 구하려 돌아다니다가 즐겨 듣는 심야
프로그램의 전화교환원으로 취직합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나중엔 도서관에서 파트타임 자리도 얻고요.
아들 마티아스는 우리나라에서라면 구박받기 딱 좋은 삶을 살고 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인데도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고 그나마 꿈이란 게 시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죠,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엘리자베트가 심야 라디오 방송국 때문에
만난 마약중독자 여자애인 탈룰라가 은근슬쩍 모자 사이에 끼어들어요.
프랑스 영화니까 여기서부터 얼마든지 음란해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영화는 그 길로 안 가요.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험한 길을 안 갑니다. 엘리자베스와 마티아스는 힘든 삶을 시작했고 탈룰라도 사연이 많은
건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이들은 비교적 쉽게 문제를 해결하거나 피해갑니다. 그건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일 거예요. 가장 나쁜 사람은 아빠일 텐데, 그 사람도 엘리자베트가 유방암을 극복할 때까지
옆에 있어주기는 했다죠.
그 때문에 영화는 많이 착하고 그 때문에 조금은 심심하고 얇은 영화가 되었어요. 하지만 영화에 흐르는
조용한 선의와 향수 섞인 따뜻한 분위기를 굳이 무시할 생각도 들지는 않고요.
(25/12/30)
★★★
기타등등
엠마뉘엘 베아르가 라디오 진행자로 나와요, 예고 없이 봐서 깜짝 놀랐지요. 그러고 보니 [나탈리] 이후로는
이 배우의 영화를 본 적이 없어요, 중년 이후로는 배우들 얼굴을 꾸준히 봐주어야 하는데.
감독: Mikhaël Hers,
출연: Charlotte Gainsbourg, Quito Rayon-Richter, Noée Abita, Megan Northam,
다른 제목: The Passengers of the Night
IMDb https://www.imdb.com/title/tt13846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