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2026)


[왕과 사는 남자]는 장항준의 여섯 번째 장편입니다. 이 감독의 작품 중 최초로 천만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요. 저에겐 그게 그렇게 큰 의미는 없지요. 이 영화의 흥행 원인을 분석할 생각도 없고. 해봤자 사후분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리고 전 이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지가 않았습니다. 최근 본 것 중엔 [폭풍의 언덕]과 이 영화를 가장 지루하게 보았어요.

단종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육신, 생육신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고요. 단종과 호장 엄흥도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붙여 만든 이야기입니다. 엄흥도는 단종이 죽자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를 지내준 사람이지요. 영화는 끝에 엄흥도에게 실존했지만 이름은 전해지지 않은 다른 인물의 역할도 하나 줍니다.

영화는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귀양을 가면서 시작됩니다. 영월의 산골마을 광천골 촌장인 엄흥도는 자기 동네를 유배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하필 단종이 걸린 거죠. 최악의 복권에 당첨된 셈인데, 그래도 엄흥도는 마을 촌장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러는 동안 단종과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단종 역시 마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가고요. 하지만 모두가 아시다시피 결말은 정해져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단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요.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왕 중 한 명이지만 이 사람의 이야기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의지와 욕망과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린 나이에 부당한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기억되고 연민의 대상이 된 청소년입니다.

텅빈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그렇다면 온갖 짓을 해도 되는 기회인데, 영화는 너무 안전하게만 갑니다. 이 영화의 단종은 사악한 삼촌이 난리를 치지 않았다면 좋은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을 타고 난 사람이고 엄흥도의 역할은 그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이건 좀 소현세자 페티시스럽습니다. 조선이라는 나라가 이 꼴이 난 건 좋은 왕이 될 수도 있었던 젊은 왕족 남자를 죽였기 때문이다. 전 사극 작가들이 이 억울함에서 벗어나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나온 명절 개봉 사극스러운 영화입니다. 단지 대단한 의욕이 없습니다. '가난한 마을의 촌장이 올림픽 유치하듯 유배지 자격을 유치하려 했다'라는 현대적인 설정이 제시되고 단종이 마을로 들어온 뒤부터 모든 게 그냥 기계적으로 흐릅니다. 코미디도 있고, 눈물 짜는 신파도 있는데, 그 중 어느 것도 예측불가능한 것이 없습니다. 아마 이런 예측가능함이 관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했을 수도 있는데, 그 편안함이 재미로 연결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제목을 떠올릴 수 있는 명절 사극 영화들은 모두 이 작품보다는 도전적이었으니까요. 그 영화는 그냥 끝까지 무난하기만 합니다. (26/03/01)

★★☆

기타등등
1. 오달수가 나옵니다.

2. 전 단종 이야기를 역사 만화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당시 만화가가 가분수 만화체에도 불구하고 단종의 죽음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그려서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감독: 장항준, 출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다른 제목: The King's Warde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8626703/

    • 오타: 단군 -> 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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