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크로닌의 미이라 Lee Cronin’s The Mummy (2026)

[리 크로닌의 미이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리 크로닌이라는 이름입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예요?
답을 말한다면 아일랜드 출신의
영화감독입니다. 2019년에 아일랜드에서 [홀 인 더 그라운드]란 영화를 만들었고 그 뒤에 미국으로 건너가 새 [이블 데드]
리부트 시리즈에 속한 [이블 데드 라이즈]를 만들었어요. 전 두 영화 모두 못 보았어요. [이블 데드] 리부트 시리즈는 언젠가
시작한다면서 계속 뒤로 미루고 있지요. 그러니까 '업계에서 평판이 좋긴 한데, 영화 제목에 이름이 붙을 정도의 스타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름이죠. 하지만 다른 [미이라] 영화들과 구분을 해야 했을 거고, 이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8년 전에 이집트에서 딸을 잃은 가족이 주인공입니다. 카이로에서 진행되는 프롤로그가 끝나면 이 사람들은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살고 있는데,
솔직히 이집트와 별로 구별이 안 됩니다. 더 황량하고 코요테가 산다는 걸 제외한다면요.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 안에 들어있던
고대의 관에서 실종되었던 딸이 발견됩니다. 가족은 딸을 뉴멕시코의 집으로 데려오지만 딸은 심각하게 잘못되었습니다.
보다 보면 '왜 이 영화가 [미이라]인 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익숙한 미이라 영화들의 기본 소재들이 없어요. 미이라의 저주도
없고 이집트 고대 전설도 없습니다. 리 크로닌은 "그래도 이집트도, 미이라도 나오잖아!"라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맞아요.
이집트에서 시작하고 실종되었던 딸은 일종의 미이라이긴 했으니까요.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죠. 하지만
이 영화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대신 미이라 이야기를 거쳐 악령 들린 여자애가 주인공인 [엑소시스트] 아류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이블 데드]스러워지고요.
단지 이 익숙한 영역에 들어서면 감독의 공력이 보입니다. 일단 힘이 셉니다. 영화 내내 불쾌하고 무서운 기운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좀 반칙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공포 도구로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안
무서운 건 아니지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익숙한 길을 가더라도 노련한 장르 작가의 힘으로 충만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니까 "어, 제가 주문한 이게 아닌데요?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김치찌개를
먹으러 갔다가 짜장면을 먹고 나왔는데, 맛있더라. 그렇다고 이 영화를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애들 고통받는
걸 구경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니라. 그러면서 [엑소시스트]는 왜
그렇게 자주 보냐고요? 그러게요?
(26/04/28)
★★★
기타등등
영화가 [엑소시스트] 영역으로 넘어가도 신부나 기타 성직자는 안 나옵니다. 대신 [문나이트]의 라일라였던 마이 칼라마위가 실종사건
전문 이집트인 수사관으로 나와서 그 영역의 일을 합니다. 당연히 전문가가 가질 법한 위엄이 부족하고 그 때문에
여분이 서스펜스가 발생하지요. 전 영화를 보는 내내 '라일라가 죽으면 안 되는데'하고 걱정했었어요.
감독: Lee Cronin, 출연: Jack Reynor, Laia Costa, May Calamawy, Natalie Grace, and Verónica Falcón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612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