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2009)


[두만강]의 배경은 조선족들이 사는 두만강 근방의 작은 마을입니다. 주인공인 창호는 할아버지, 누나 순희와 함께 그 마을에 살고 있어요. 어느 날 그는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넘어온 북한 소년 정진을 만납니다. 처음에는 축구실력을 보고 자기 팀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창호는 점점 정진과 친구가 됩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두 소년의 이야기와 함께 창호가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됩니다. 시골 구석에 박혀 미래가 꽉 막힌 삶을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과 강에서 넘어와 먹을 것을 훔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중국 내륙으로 달아나는 북한 사람들. 이 마을에서 탈북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반응이 정체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탈북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마을이 입는 피해가 커지면서 두 세계의 충돌은 조금씩 거칠어지죠. 그리고 영화가 끝나갈 무렵, 그 변화는 소년들에게도 찾아옵니다. 


[두만강]은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진 장률 영화의 스타일을 따릅니다. 배우들은 대부분 롱테이크에 갇혀 무표정한 아마추어 연기를 합니다. 무대가 되는 황량하고 작은 세계에는 현실을 뚫고 초현실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꿈의 통로가 있습니다. 물론 여자들은 몸조심해야 할 겁니다. 언제나처럼 짐승 같은 성폭력범들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니까요. 


얼핏 보면 이 하얗게 얼어있는 세계에서 어떤 열정 같은 걸 찾는 건 불가능해보입니다. 하지만 얼어붙은 강 밑에 여전히 물이 흐르듯, [두만강]의 차가운 세계는 외피일 뿐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지금까지 밑에 숨겨져 있던 감정이 말 그대로 하얗게 타오릅니다. 갑작스럽지만 그 때문에 그 감정의 순수성이 더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결말은 불필요한 설명 없이 그냥 존재하며 영화 역시 그렇습니다.  (11/03/09)


★★★☆


기타등등

1. 순희 역을 맡은 윤란은 이 영화에서 이스트웨스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죠. 미대생이라고 들었습니다만.


2. 한국어 자막이 붙어 있습니다. 필요합니다. 


감독: 장률, 출연: 최건, 윤란, 이경림, 다른 제목: Dooman River


IMDb http://www.imdb.com/title/tt150017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933

    • 듀나님 평이 좋은 한국영화들이 요즘 연속으로 나오네요 와 신기
      근데 전작들처럼 보기 불편한 영화일거 같아 불안하네요 ^^
    • 그리 불편하진 않아요. 의외로 꽤 재밌습니다.
    • 이 영화 묘하게 끄는힘이 있더군요. 후반으로 가면갈수록. 영상자료원에서 10일동안 장률 영화들을 했는데 이 영화 하나 꾸역꾸역 겨우 봤습니다. 당시나 망종은 보고싶었는데요..
    • 저도 당시는 못 봐서 보려고 했는데, 놓쳤어요.
    • 지루하고 느려보이는 부분도 장률식 덤덤한 페이스에 익숙해지면 은근히 재미있어요. 근데 성폭행은 그만 좀 보고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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