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날의 꿈 (2011)


[소중한 날의 꿈]의 시대배경은 1970년대 말. 아이들은 아직 옛 교복을 입고 있고, 텔레비전에서는 [원더우먼]을 방영하고, 영화관에서는 [러브 스토리]를 틀어주고, 보이저 1호가 막 목성에 도착했을 때입니다. 정확한 특정시기라기보다는 막연한 70년대에 가까워요. [원더우먼] 국내 방영과 보이저 목성 도착만 해도 시기가 그렇게 잘 맞지는 않으니까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와는 심하게 안 맞고. (이건 거슬려요.)


이 시기에 어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개인적인 회상에 가깝겠죠. 영화에 묘사된 몇몇 사건들은 감독 중 한 명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당시 썼던 시가 캐릭터 중 한 명이 쓴 시라는 핑계를 대고 그대로 나온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제 생각에 그보다는 70년대에 대한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실사로도 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는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죠.


영화의 주인공은 이랑이라는 고등학생입니다. 이랑은 영화가 시작되면 두 명의 새 친구를 사귀어요. 한 명은 서울에서 전학 온 수민이라는 소녀이고, 다른 한 명은 수민 얼굴을 보러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다가 이랑과 눈이 맞은 철수라는 소년이죠. 이 둘로 인해 이랑의 삶은 큰 변화를 맞습니다. 첫사랑과 어설픈 삼각관계 같은 것도 일어나긴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고 생각한 적도 없었던 영역이 이랑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게 더 중요하죠. 사실 후반에 들어가면 연애 이야기는 거의 사라지다시피해요.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건전한 영화입니다. 지금 당장 EBS에서 틀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영화는 이랑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그들을 도와줄 법한 경험들을 대신 제공해주고 그들의 성장을 위한 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단지 이런 경험들이 70년대의 과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신경 쓰이긴 합니다. 이미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아무리 젊어도 40대 후반일 거예요. 영화에서 주인공이 꿈꾸던 미래는 오래 전에 과거가 됐죠. 그렇다면 현재와 과거의 대화가 필수적이에요. 이 영화에는 그게 없습니다. 뭔가 빠진 느낌이 들죠.


영화는 그보다는 70년대 대한민국 시골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더 중요한 목표였을지도 몰라요. 꼼꼼한 과거 묘사로 당시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 그 때문에 종종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과거를 그리는 몇몇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영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걱정했던 것만큼 심하지는 않습니다만.


전 이 영화에서 소위 '향토 과학'이라고 부를만한 장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기인 부활호, 해남 공룡 발자국, 공병우 타자기 같은 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거든요. 현실 세계에서 해남 공룡 발자국이 1992년에 발견되었고, 부활호는 2004년에 재발견되었으니까, 이런 카메오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는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11/06/12)


★★★


기타등등

"달나라에 인간이 도착한 그 해, 나에게는 첫사랑이 찾아왔습니다"라는 홍보 문구는 완전히 잘못되었습니다. 달에 인간이 첫 발을 내디딘 건 1969년. 아폴로 계획은 1972년에 끝났죠. 어느 기준으로 봐도 이건 영화가 다루는 시기와 전혀 안 맞아요.

 

감독: 안재훈, 한혜진, 출연: 박신혜, 송창의, 오연서, 서주애, 전혜영, 김국빈, 다른 제목: Green Days, Green Days: Dinosaur and I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Green_Days_2p__Dinosaur_and_I.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1635


    • 박신혜, 송창의의 목소리 연기에 대한 언급이 없는 걸 보니 나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게시판에서 정보를 접했던 작품인데. 전혀 소식이 없어서 엎어진 줄 알았더니 잘 만들어져서 개봉도 했고 듀나님 평도 괜찮으니 마음이 놓이네요(?) 크게 재밌을 것 같진 않지만 개봉하면 보러 가야겠습니다.
    • 70년대 시골 분위기를 내는대..주 자료로 삼았던 배경이 바로 전북의 군산, 장항 지역이었던 모양입니다!영화의 홍보 자료를 보는 내내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나와서 저도 모르게 "맙소사~"라는 중얼거림이 나왔거든요~상대적으로 낙후된 모습때문에 90년대에 7,80년대 드라마,영화 배경으로 이용된 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싱겁게 넘겼지만...애니메이션은 느낌이 정말 다르네요~진짜 추억처럼...그리고 정말 아름답게 다가오네요~무려 20년을 그곳에서 보낸만큼 4,50대의 울림이 크게 이해 됩니다!!추억의 깊이란건, 정말 무시하기 힘들군요!!
    • 딱히 호평이 없는 것 같은데도 평점은 꽤 후하네요- 로이배티님 말씀처럼 성우를 포함한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는걸 보니 눈에 띄게 거슬리는 부분은 많지 않은 모양입니다. 애고편의 질감을 보니 마리이야기와 다소 흡사해 보입니다만, (그나저나. 미국/일본 애니의 화려함에 익숙해진 관객한테 어필이 될런지..)
    •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부분은 정말 거슬리는게 없었어요. 화려함도 부족하지 않아요. 어떤 장면장면들은 정말 잘 뽑은 것도 있었구요. 작화쪽에선 정말 만점에 가까웠네요.
      80년대생인 저에게도 향수를 느끼게 했어요. 전 정말 좋았어요. 성우진은 전문성우가 주연이 아니라는건 아쉬웠지만 그냥 아쉬움이고 영화 보는덴 지장 없었어요. 잔잔한 스타일이라 만화 성우를 쓰는건 좀 미스매치일꺼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 지금 이비에스에서 보다가 리뷰 찾아 읽고 있는데
      이 리뷰에
      당장 이비에스에서 방영해도 위화감이 없다, 라는 구절이 있다니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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