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문: 100대 1의 전설 Jing wu feng yun: Chen Zhen (2010)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정무문: 100대 1의 전설]을 보는 관객들은 도입부에서 얼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해 10만명이 넘는 노동인력을 유럽에 보냈다는 걸 아시나요? 아마 대부분 그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보신 적 없으실 걸요. 그 정보를 급하게 소화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사방에 총알이 날아다니는 서부전선에서 견자단이 튀어나와 중국 무술 액션을 하면서 독일군을 때려잡고 있단 말이에요. 아, 그냥 이거로 영화 하나를 만들면 안 됩니까? 될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프롤로그가 끝나자마자 1925년의 상하이로 돌아가버립니다. 전 20세기 초반의 상하이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보통 때 같으면 좋은 뉴스라고 생각하겠지만, 도입부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많이 아쉽더군요.


그런데 [정무문] 리메이크에 왜 제1차 세계대전과 25년의 상하이가 나온답니까? 아무래도 이 영화는 이소룡이 나오는 [정무문]의 리메이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견자단이 나왔던 [정무문] 텔레비전 시리즈의 영화판 속편인 것 같아요. 후반부에 회상 장면으로 조금 나오는 게 텔레비전 시리즈의 클립이었던 건지? 몰라요. 전 그 시리즈 안 봤어요.


하여간 이 영화에서 주인공 진진은 프랑스에서 죽은 전우의 이름을 빌려 사업가로 행세하면서 애국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벌어진 요인 암살을 목격한 진진은 당시 히트 영화 속 영웅인 천산흑협의 (은근히 케이토스러운) 의상을 훔쳐 입고 암살자들을 때려잡아요. 그 뒤로 천산흑협으로 활동하게 된 진진은 살생부까지 공개해놓고 반일인사들을 암살하는 일본군과 맞서게 되지요.


영화는 할 말이 엄청 많습니다. 다루는 장르도 하나가 아니잖아요. 전쟁물에서 시작해서 첩보 스릴러 + 로맨스로 갔다가 막판엔 무술액션으로 끝나는 영화입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온갖 이야기를 다 하면서 전력질주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진도 한 가지 얼굴만 있는 게 아니에요. 각각의 장르에 맞는 얼굴을 다 따로 가지고 있지요. 어떤 때는 경박한 플레이보이처럼 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쟁 영웅이고, 어떤 때는 가면 쓴 수퍼히어로이고, 어떤 때는... 진진이 이렇게 복잡한 인물이었나요.


이런 다채로움은 분명 재미가 있습니다. 온갖 것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는 잡동사니 상자 같지요. 하지만 [정무문]이라는 타이틀을 단 영화의 내용으로 어울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이 영화는 남의 도장에 뛰어들어 일당백으로 악당들을 때려잡는 무술영화로 끝날 수밖에 없어요. 그 쪽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죠. 하지만 앞에 펼쳐놓은 이야기 때문에 정작 클라이맥스에서는 몰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 장면도 앞에서 계속 열거되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여전히 많은 견자단 팬들은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무문: 100대 1의 전설]은 견자단을 위한 일종의 쇼케이스죠. 무술 액션의 스타일만 해도 최소한 3종류 이상이고, 그 외에도 별별 것들을 다 합니다. 심지어 피아노도 치던데요? 원래 잘 친다고 합니다. 몰랐어요. 하지만 견자단이라는 배우의 우직하고 단순한 개성을 고려해보면, 이런 잡다함은 배우에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영화에도 마찬가지고.  (11/05/18)


★★☆


기타등등

서기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견자단이 갑자기 피아노를 치며 끼어드는 특정 장면은 [카사블랑카]의 오마주죠. 그래서 무대가 되는 클럽 이름을 카사블랑카라고 지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건 조금 시대착오적인 이름이지요. 영화 [카사블랑카]가 나오기 전에 이 지명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으니까요. 25년에도 이런 이름을 단 클럽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이상하다는 뜻입니다.

 

감독: Wai-keung Lau, 출연: Donnie Yen, Qi Shu, Anthony Wong Chau-Sang, Ryu Kohata, 다른 제목: Legend of the Fist: The Return of Chen Zhe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5666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697

    • 견자단 팬이지만 몸을 베베꼬며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건 그렇고 견자단은 헐리웃 진출시도가 있었나요? 고등학교시절까지 미국에서 자라서 언어문제도 없을 듯 하고 ..물론 대사가 많은 중심역할은 아닐테지만 예전의 이연걸 정도 역할은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인것 같던데요. 배우는 참 좋아하는데 심한 다작으로 (중국영화특성상 어쩔수 없을테지만) 그의 매력을 소모적으로 써버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종종 안타깝습니다.
    • 견자단은 헐리웃 진출하기엔 성룡이나 이연걸만한 지명도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견자단은 그간 무술감독으로서 역량을 더 높이 평가받았던 거 같아요. 한창 이연걸이며 성룡이 액션스타로 날리고 있을 때 견자단은 조연에 가까웠죠. '엽문'으로 엄청나게 떠서 지금은 거의 홍콩영화 흥행의 대들보가 되다시피 했지만.
      무술감독으로선 이연걸보다 견자단이 낫다는 평이 많아요. 본인 스스로 하는 액션은 이연걸이 나을지 몰라도, 견자단이 전체적인 그림을 짜고 지도하는데 더 재능이 있다던가 하는 식의.
    • 외모는 위 두 분보다(죄송합니다) 훌륭하신 것 같은데...
    • 견자단은 할리우드에서도 무술감독으로 활동했었죠. 제가 기억하는 건 블레이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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