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 (2011)


[투혼]은 김상진의 첫 가족영화라고 하는군요. 적어도 그가 만든 최초의 전체관람가 영화라고 합니다. '이게 김상진 영화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예상 외로 깨끗한 영화인 건 맞아요. 아무래도 아이가 있는 중년 유부남의 입장이 되면 이런 영화를 하나 정도 만들고 싶어지나 봅니다.


영화의 내용은 징그러울 정도로 뻔합니다. 스포츠 영화와 시한부 인생 멜로드라마, 한국식 남자반성문 영화를 합쳐서 한국식 코미디 + 멜로드라마의 형식에 끼워 넣은 거죠. 조각조각도 진부하지만 전체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뻔해서 지적할 생각도 안 나죠. 만드는 사람도 알고 한 게 뻔하니까.


윤도훈이라는 야구선수가 주인공입니다. 좋은 선수지만 경력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고 성격은 개망나니입니다. 바람피우다 걸려서 집에서 쫓겨난 게 1년 전. 그 상황에서도 계속 사고를 쳐서 2군으로 주저앉았죠. 그러다 그가 갑작스럽게 개심을 결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게 뭘까요? 시한부인생 멜로드라마라고 했죠? 이렇게 되면 가능성이 팍 좁혀지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이미 혀를 차고 계실 텐데, 예상 외로 [투혼]은 그렇게 진부해 보이는 영화가 아닙니다. 물론 내용은 진부해요. 하지만 그 진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자잘한 코미디와 디테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종 관객들의 예상을 넘어서는 작은 장면들이 튀어나오는데, 그건 상당히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진부한 이야기를 그리는 장면에서도 대사와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서 공식을 반복한다는 느낌은 안 듭니다.


무엇보다 영화는 신파를 제대로 다룹니다. 아마 이건 김상진이 만든 최초의 본격 신파물일 텐데, 그가 코미디 전문감독이라는 게 여기서 덕이 된 것 같습니다. 그는 불필요하게 감정을 짜내지도 않고, 짜낸 감정을 관객들에게 쏟아붓지도 않습니다. 후반부를 제외하면 영화는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게 또 진짜 같아 보이고요. 한국식으로 코미디와 멜로드라마가 결합되어 있는 영화지만 불연속면이 심하게 거슬리거나 하지도 않고요. 영화 속에서 코미디와 비극은 현실적인 비율로 그럴싸하게 얽혀 있습니다.


영화는 남자반성문 영화로도 성공한 편입니다. 보통 이런 장르가 스포츠 영화와 결합하면, 중간에 주제를 잊고 반성을 오히려 나르시시즘의 장작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투혼]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는 여전히 '가족을 위해 시합을 뛴다!'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영화와 주인공의 선택은 놀라울 정도로 성숙해서 "얘가 진짜로 반성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야구영화이고 부산이 무대이다보니 여기와 관련된 세부 묘사들이 많습니다. 전 이에 대해 이야기할 입장이 못 됩니다. 배우들의 억양이나 야구 장면의 디테일 같은 건 관심있는 관객들이 지적해주겠죠. 단지 "통산 149승? 롯데에 그런 투수가 어딨냐?" 따위의 댓글이 떠도는 걸 보면 롯데 자이언츠 팀의 평판을 조금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11/09/23)


★★★


기타등등

김선아는 연달아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의 캐릭터 설정이 겹치는군요. 우연이겠지만. 설정만 겹칠 뿐 캐릭터는 전혀 다르다고 하는데, 전 [여인의 향기]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 김상진, 출연: 김주혁, 김선아, 박철민, 윤현민, 오재무, 전민서, 다른 제목: Fighting Spirit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Fighting_Spirit.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1478

    • 인용하신 댓글의 '통상'은 '통산'의 오타인 것 같습니다.
      사실-_ - 롯데에 통산 149승을 거둔 투수가 있을리가 없지요.
      롯데의 전설이었던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코치가 117승을 거둔 것이 구단 최다승이죠.
    • 네이버 링크가 [의뢰인]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집에 돌아가 반영하겠습니다. 지금은 외출 중.
    • 김상진 식의 코미디를 예전엔 꽤 좋아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깐 익숙한 감독의 색다른 영화도 나오는 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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