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Sherlock Holmes: A Game of Shadows (2011)


여전히 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에 적응하지 못하겠습니다. 모든 [셜록 홈즈] 영화가 코난 도일의 원작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그런 원칙을 세워도 지켜질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최소한 원래 캐릭터와 연결성은 보여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셜록 홈즈가 할 법한 몇몇 행동들과 대사를 하긴 하지만 여전히 셜록 홈즈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달라서 가끔 셜록 홈즈질을 할 때 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죠.


이럴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가이 리치의 이 시리즈에 나오는 다른 캐릭터들은 썩 그럴싸하거든요. 원작 캐릭터들과 똑같은 건 아니지만 연결성이 보입니다. 주드 로의 왓슨은 우리가 아는 왓슨과 외모나 행동이 그리 닮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변형의 과정이 눈에 보여서 우린 그를 평행우주를 사는 또다른 왓슨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레스트라드, 이번 영화에 새로 투입한 마이크로프트 홈즈, 세바스찬 모란, 모리아티 교수도 마찬가지죠. 다르지만 그 다름이 이해가 가고 연결지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홈즈는 이해가 안 돼요. 21세기 버전이면서 뻔뻔스러울 정도로 원작 캐릭터에 충실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홈즈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은 전편보다 더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셜록 홈즈] 영화입니다. 셜록 홈즈 때문이 아니라 모리아티 교수 때문이죠. 익숙한 이름의 악당이 비중있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하긴 관객들이 1편을 보고 기대를 바꾸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 그리고 이야기도 원작에 살짝 충실하긴 합니다.


[셜록 홈즈의 회상록]의 마지막 단편인 [마지막 사건]을 기반으로 삼아 스케일을 부풀린 영화입니다. 모리아티는 이제 범죄를 취미 생활로 하는 수학교수가 아니라 수상과도 인맥이 있는 거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군수회사를 사들이고 유럽을 전쟁터로 만들려 합니다.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는 당연히 이를 막으려 하고요.


시대물로서 놀고만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가이 리치가 그리는 19세기 유럽은 오히려 영국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 덜 영국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영국적일 수 있는 거죠. 스테레오타입화된 시대물 영국의 이미지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그 자리에 노동자 계급의 감수성을 부여하는 선택부터 그렇습니다. 다가올 제1차 세계대전을 예고하고 있는 모리아티의 음모 역시 19세기 당시의 분위기와 썩 잘 맞아 떨어지지요. 뭔가 이야기는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액션과 스토리 전개는 21세기식입니다. 온갖 종류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과장된 스턴트의 연속이지요. 전 가이 리치의 잔재주로 범벅이 된 이런 스타일은 조금 질립니다. 이렇게 해서 액션이 더 재미있어지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 내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21세기 관점에서 '우린 앞으로 너네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다 알고 있지롱!'하고 이죽거리는 건 영 거슬립니다만.


재러드 해리스의 모리아티는 좋은 악당입니다. 그는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처럼 시선을 끌지 못해 안달하는 어린애가 아닙니다. 반대로 그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악당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차분한 무표정과 정중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그리 그럴싸하다고 할 수 없는 각본에도 불구하고 뭔가 있어보이는 악당처럼 보입니다. 이 영화에 처음으로 합류한 마이크로프트 홈즈 역의 스티븐 프라이, 집시 여인 심자 역의 누미 라파스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역할에 맞습니다. 오로지 주인공 셜록 홈즈만 감독의 이상한 디자인과 배우의 에고 때문에 따로 놀고 있는 영화지요, 이것 참...(11/12/18)


★★★


기타등등

별것도 아닌 스토리 전개 때문에 고정배역 하나를 퇴출시킨 결정은 영 맘에 안 드는군요.

 

감독: Guy Ritchie, 출연: Robert Downey Jr., Jude Law, Noomi  Rapace, Rachel McAdams, Jared Harris, Stephen Fry, Paul Anderson, Kelly Reilly, Geraldine James, Eddie  Marsan


IMDb http://www.imdb.com/title/tt151509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508

    • 별두개반짜리 리뷰인줄알았는데 밑에는 별세개가 달려있어서 놀랐습니다.
      홈즈팬으로써 저도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는 정말 마음에 안들지만 영화는 잘나왔다는 뜻이신것 같습니다.
      확실히 가이리치식 액션을 계속보면 조금 질리는 부분이 있기는 해요.전편도 후반부 액션의 세기가 모자라던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좀 약해보이던것은 그런이유때문이라고 할수있겠군요.
    • 별 셋 영화들을 제가 다 좋아할 필요는 없죠.
    • 확실히 저도 홈즈팬이라 이영화를 마음편히 좋아할수가 없어요.
      아직도 좋은머리를 추리보다 액션에 더 잘쓰는 홈즈를 받아들이기가 힘드니까요.
      게다가 그럴싸하지 않은 각본에 별세개라면 이번에도 액션영웅으로 나왔다는게 되는데 극장에서 편하게 볼 자신이 없어지는군요.
    • 네번째 문단의 모리아티 교수는 "범죄로 취미 생활 한다"보다는 "취미로 범죄생활 한다" 내지는 "범죄를 취미삼았다"가 낫지 않을까요? 잘 생각해보면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는데 처음에는 읽다가 여기서 막혔어요.
    • 워~ 1편 보다는 평점이 좋네요, 그래도 저는 스테로이드 먹인 셜록홈즈는 좀... 별로입니다만..
    • 전 오히려 1편이 나았어요. 그래도 추리를 하는 척이라도 했는데 이번엔 그냥 여자 대신 왓슨 후리는 본드던데요.
    • 별점보다는 내용을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별두개반 준 영화들 중에도 듀나님이 애정 갖고 있는 영화 꽤 많을 걸요?
      별 셋 줘도 두개 반 준 영화보다 별로 안 좋아하는 영화도 많을 것 같고..
      여튼 전 한스 짐머 음악이 궁금할 뿐이에요. 1편 다 별로였는데 음악이 굉장히 좋았어요. 중독성 있는 멜로디였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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