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2012)


지형도는 (주)신대륙금속이라는 회사의 영업 2부 과장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평범한 금속제조회사가 아니라는 것은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적어도 이 회사의 영업 2부의 진짜 업무는 살인청부업입니다. 평범해보이는 사무실 벽 뒤에는 냉전시대 스파이 영화에나 나올 법한 비밀본부가 숨겨져 있고요. 지형도는 이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킬러입니다.

이런 식의 조직이 영화나 소설에 나올 때마다 전 이들이 어떻게 회사를 유지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일단 이들은 홍보를 해야 할 겁니다. 아니면 충분한 수의 고정고객이 있어서 장기계약을 맺어야 할 거고요. 이렇게 많은 인원들을 먹여살리려면 일거리가 꾸준히 들어와야하겠죠. 게다가 영화에서 그리는 것처럼 총질이 난무한다면 비밀 유지는 거의 불가능하죠. 아무래도 실속이 없는 장사같지 않습니까?

게다가 금속제조회사로 위장이라. 아무리 봐도 배보다는 배꼽이 더 큽니다. 차라리 진짜 금속제조회사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살인청부를 받는 게 더 실속이 있을지 모르죠. 정말 그렇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건 이 회사의 킬러들이 그렇게 매일 같이 막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은 그냥 없습니다.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놀다가 일이 생기면 회사에 기어돌아오는 게 그럴싸하죠. 이 영화가 그리는 것처럼 (주)신대륙금속이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다면 웬만한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인구가 줄어들 테니까요.

이 모든 뻘짓은 직업범죄자를 뻑뻑한 대한민국 직장문화 속에서 시달리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린다는 '영리한' 아이디어를 살리기 위해 추가된 것입니다. 보기만큼 영리하지는 않아요. 일단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소재들의 아귀가 안 맞으니 공감의 연결점이 없죠. 게다가 이미 더 잘 그린 선례들이 있습니다. 국내영화로는 [넘버 3]가 있죠. 심지어 그 작품은 사실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굳이 기관총을 휘둘러대는 살인청부업자 회사를 만들 필요도 없었단 말입니다. 이런 회사의 작업 방식을 보다 재미있게 그린 영화로는 정보서의 [엑시덴트]와 같은 작품이 있고요. 그 외에도 예는 무궁무진합니다. '살인청부회사'는 아이디어의 시작일뿐입니다. 거기서 멈추어서는 안 돼요. 그 위에 새 아이디어를 세워야 하는 겁니다.

임상윤의 [회사원]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이후부터 스토리 전개는 그냥 자동비행이니까요. 이런 장르 영화에 자주 나오는, 폭력 조직의 프로페셔널이 갑자기 개심해서 조직과 일당백으로 맞선다는 흔한 이야기의 반복입니다. '살인청부업자 = 회사원'이라는 아이디어가 뭔가 신선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게으름은 더 심해지죠. 특히 주인공 지형도에게 '개심'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등장시킨 유미연 가족은 설정부터가 너무 어색해서 몰입이 어렵습니다. 심지어 성실한 반복도 아닌 거죠.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주인공 지형도 자신입니다. 일단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나쁜 일 대부분 모두 지형도 때문에 벌어집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맺고 끊는 것만 분명히 했어도 이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거나 보다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어요. 한마디로 영화 설정과 맞지 않게 무능한 친구인 겁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아니랄까봐 나르시시즘이 극단적이라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한 의미있는 반성이 없습니다. 특히 이 친구가 정의의 사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날뛰는 마지막 장면은 계산이 완전히 잘못되어 있습니다. 그 장면에서 그는 그냥 집단 학살을 저지르는 미치광이 살인마처럼 보이니까요.

소지섭의 지루함은 대부분 지형도라는 캐릭터의 지루함에서 나옵니다. 모두 배우 탓을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가 늘 표정 하나를 고정시킨 그리스 비극 가면과 같은 얼굴을 하고 영화 전체를 버텨야 하는 이유는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미연에게는 전에 본 적이 없는, 이상하게 경직된 눈표정이 생겼는데 보는 내내 신경이 쓰이더군요. 기자간담회에서 곽도원에게 [점쟁이들]과 [회사원] 중 어느 영화를 응원하냐는 질문이 나오던데, 캐릭터를 보나, 연기의 재미를 보나, 당연히 곽도원은 [점쟁이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12/10/06)

★★

기타등등
제국의 아이들의 한가인 닮은 멤버인 김동준이 이미연 아들로 나옵니다. 이 캐스팅과 관련된 농담들이 두 개 정도 있어요.

감독: 임상윤, 출연: 소지섭, 이미연, 곽도원, 김동준, 이경영, 한보배, 전국환, 이채은, 다른 제목: A Company Man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A_Company_Man.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5659

    • 예고편만 보고도 불안불안 했는데.. 역시나..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소지섭이 연기해온 캐릭터와 스타일이 정말 지루하고 싫습니다. 아직 더 괜찮은 작품을 만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으나..발리에서 생긴일,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연장선쯤 돼는 역할만 계속봐온것 같아요..대부분의 시간을 똥폼을 잡으며 차가운 시크남(으웱)을 유지하고 있다가 감정과잉으로 벅벅대고 울부짖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클라이막스로 마무리하는 식이죠, 가끔 특유의 생기없는 얼굴과 캐릭터가 일직선으로 놓여지면 몹시 재수없는 일본만화 주인공이 실사판으로 튀어나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곤합니다.
      • 마지막 문장 보니

        베르사이유의 장미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소지섭 팬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순정만화 캐릭터 같다고

        극찬했죠^^
    • 원신연 감독이 만들고 공유가 주연하는 용의자도 회사원 만든 임상윤씨 시나리오던데...
    • 그런데.. 우리나라 일일 평균 사망자수가 600명이 넘어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하루 평균 13명이 넘고.. 영화를 못봐서 사고로 위장하는지 말 그대로 미결살인사건으로 처리되는지 모르겠는데, 사고로 위장하는 방법이라면 하루 수십명 정도는 가능할지도...(...)
      • 그렇게까지 허술하지않음
    • 사고사 위장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소음기 장착한 총으로 건타카를 하며 경찰들과 증인을 쏴죽이며 시작하는 영화라.
    •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을 얼마나 죽이느냐가 아니라 그렇게 죽여놓고 돈을 받을 수 있느냐죠.
    • 제가 영화를 보지 않아 엉뚱한 지적인지 모르겠지만, 첫 줄에는 (주)신대륙금속인데 14번째 줄에는 (주)신세계금속이라고 되어 있네요. 두 회사가 나오는 게 아니라면 오타가 아닐지- (미묘하게 비슷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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