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 (2012)


석호는 정수기 회사 직원입니다. 일은 지겹고 사는 건 우울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지요. 걱정되는 건 자기 집에 붙어 사는 백수 동생 진호입니다. 그래도 늦게나마 대학원에 가서 공부라도 하겠다고 매달려서 아까운 500만원을 빌려 주었는데, 이 녀석이 글쎄 그 돈을 술집마담 희영에게 몽땅 갖다바치고 시치미를 뚝 떼고 있네요. 여러분 같아도 폭발하지 않겠습니까?

이 뒤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일단 진호가 술집마담과 엮이다보니 두 형제는 평상시에는 만날 일이 없는 컴컴한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그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습니다. 여기서 그 '컴컴한 사람들'에 대해 변명을 한다면, 그들도 처음에는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두 형제에게 있어요. 특히 동생 진호요.

[누구나 제 명에 죽고 싶다]는 40년대 할리우드에서 나왔다고 해도 그대로 믿을만한 고전적인 필름 느와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캐릭터들과 그들의 역할도 그 정도로 정형화되어 있고요. 영화가 의도했던 것도 그런 장르의 충실한 모방이었을 겁니다.

여기에서 1940년대 미국과 2010년대 한국을 갈라놓는 결정적인 차이는 남자 주인공들의 찌질함에 있습니다. 하긴 평균적인 할리우드 필름 느와르 남자 주인공들은 알고 보면 다 찌질한 남자들이죠. 하지만 영화는 그 찌질함을 대놓고 드러냅니다. 특히 진호는 찌질한 20대 한국 남성 룸펜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있으면 어이가 날아갈 지경입니다.  

저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건,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는 평범한 도시 남자들 속에 숨겨져 있던 폭력성을 끄집어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폭력이 미화될 가능성을 대부분 지워버립니다. 이 영화의 폭력은 남성성의 과시가 아니라, 찌질함의 폭발인 것입니다. 그 극한을 보여주는 것이 진호지만, 석호도 만만치 않죠. 그는 문명인의 탈을 쓴 야수가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인 흉내를 내는 찌질이였던 겁니다. (13/03/10)

★★★

기타등등
전 연속극을 잘 안 봐서 모르는데, 이 영화의 주연배우 최원영은 [백년의 유산]에서도 만만치 않게 찌질하게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감독: 김승현, 배우: 최원영, 신현탁, 김이정, 강호, 다른 제목: Your Time is Up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Your_Time_is_Up.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385

    • 식당이나 미용실에서 아줌마들이 보시던 그 드라마라면.. 유진 남편으로 나왔다가 이혼하는데 진짜 찌질합니다.
    • 작년 부산에서 프리미어로 보고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전인가, 전주에서 플라스틱 트리를 프리미어로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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