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냐 Piranha 3D (2010)


내용만 따진다면 알렉상드르 아야의 [피라냐]는 조 단테와 제임스 카메론이 만들었던 오리지널 [피라냐] 시리즈의 속편도 아니고 리메이크도 아닙니다. 상어가 사람들을 뜯어먹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무작정 [죠스] 시리즈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하지만 그런 건 만드는 사람들도,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신경쓰지 않는 사소한 디테일입니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어느 시리즈에 속해 있느냐가 아니라 사람 생살을 뜯어먹는 피라냐들이 얼마나 나오느냐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읊는 것도 사실 무의미한 일처럼 보입니다. 영화의 무대는 봄방학을 맞아 헐벗은 젊은 애들이 우르르 몰려든 호수인데요, 그만 지진이 일어나 지하 호수에 갇혀있던 고대의 피라냐들이 호수로 우르르 쏟아져 나옵니다. 이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느냐는 여러분이 알 바 아닙니다. 생물학자로 나오는 크리스토퍼 로이드의 요란한 설명을 한 번 듣고나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걸 자동적으로 알게 될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이 스토리가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그런 건 없습니다, 없고요... 


하지만 전 이 영화를 의도한 것만큼 단순히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건 피상적인 취향의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영화의 재미란 (1) 몸매 좋은 사람들(특히 여자들)을 벗겨놓고 흔든 다음 (2) 그들을 피라냐들에게 집어던지는 과정 중 발생하는 모순적인 쾌락들인데, 전 첫 번째 것을 보는 동안 영 흥이 나지 않더란 말입니다. 전 사람들의 피상적인 아름다움에 쉽게 넘어가는 편이에요.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가슴과 엉덩이와 근육의 향연은 전혀 제 취향이 아니었고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전 본격적인 피라냐 학살이 벌어지는 동안 놀랍게도 진지한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쾌락을 받아들이는 데 실패하자, 호러 영화의 뻔한 섹스와 죽음의 결합에 불과한 것들이 편협하고 진지하고 강렬한 종교적 비전처럼 보였던 거죠. 특수분장을 한 수많은 엑스트라들이 CG 피라냐들에게 난도질 당하는 동안 전 진짜로 육욕의 허망함과 위험을 경고하는 중세 유럽의 지옥도를 보았던 겁니다. 이 영화의 학살 장면에는 중세 광신도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었을 법한 '오물이 담긴 가죽부대'로서의 인간 육체가 보입니다. 


이것은 아마 제 사적인 경험일 겁니다. 다른 관객들은 배우들이 엉덩이와 가슴을 흔들고 나체로 물 속을 헤엄치는 장면(배경음악으로 나오는 [꽃의 이중창]은 프랑스적 교양의 과시인가요)과 같은 것들을 보다 직설적으로 받아들였을 테니까 말이죠. 마찬가지로 아야가 이 영화를 금욕적인 관점에서 만들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젊은 애들 사이에서 피켓을 들고 고함을 지르는 기독교인들도 영화 속에서 농담거리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전이 허공에서 떨어진 건 아닙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길티 플레저와 미국 대중문화의 천박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이들을 비난하는 대신 그것의 뿌리가 어디에 있고 우리가 왜 그 한심한 자극에 말려드는가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본 흔적이 보입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은 제리 오코넬이 연기하는 [와일드 와일드 걸스]의 제작자 데릭 존스입니다. 특히 그의 종말은 환상적이죠.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피라냐]는 작정하고 길티 플레저를 주기 위해 만든 싸구려 오락 영화입니까? 그렇습니다. 영화는 이런 영화들에 필요한 장르적 자극을 가지고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것도 잔뜩요. 영화는 그 이상의 무언가의 주제를 담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나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주제들이 담겨 있는 척하고 영화를 봐도 이게 썩 잘 먹힌다는 것입니다. (10/08/23)


★★★


기타등등

[피라냐 3D]라는 제목은 과대광고입니다. 후반작업으로 뻥튀기한 3D로는 제목이 약속한 입체효과를 내지 못해요. 전 배우들이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를 흔드는 동안 입체 효과를 느끼려고 죽어라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피라냐가 화면 위로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감독: Alexandre Aja, 출연: Richard Dreyfuss, Ving Rhames, Elisabeth Shue, Christopher Lloyd, Eli Roth, Jerry O'Connell, Steven R. McQueen, Jessica Szohr, Kelly Brook

    • 흥미롭습니다. 평의 내용하고 평점하곤 뭔가 거리가 있는 느낌이군요.
    •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많이 나오네요. 드레이퓨스, 슈, 로이드. 레임스도 MI 시리즈 외에는 최근에 별로 못 봤던 것 같고..
    • cksnews/ 저는 이 평이 매우 호의적으로 읽혔습니다.
    • 제가 보기에도 평해주신 게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아요.
      이렇게 작정하고 제대로 피칠갑하고 벗어제끼는 길티플레저를 만들어주다니 감격이더군요ㅋ
      알렉산드르 아야의 필모그라피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인듯
      러닝타임도 적절한 88분!
      드레이퓨스는 무슨역할로 나오나 궁금했는데 말그대로 그냥 까메오ㅋ
    • 예상외로 별점이 참 높아서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 번 볼까하고 생각하다가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욕을 하기에
      그냥 관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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