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이글 In See Daeng (2010)


사전 정보. [레드 이글]은 사케 두시트의 범죄 소설 시리즈가 원작으로, 태국에서는 5,60년대에 이 주인공을 내세운 세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는 70년에 만들어진 [골든 이글]이라는 영화가 가장 유명한데, 레드 이글을 연기한 배우 미트르 차이반차는 이 영화의 헬리콥터 스턴트를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고 해요. 보니까 전형적인 [배트맨] 스타일 수퍼영웅 이야기더라고요. 바람둥이 변호사인 롬이라는 주인공이 밤마다 레드 이글이라는 영웅으로 변장해 악당들을 퇴치한다는. 원작 시리즈에서 롬의 범죄 소탕 방식이 어땠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시트 사사나티앙이 새 영화에서 그린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겠죠.


옛날 태국 장르 영화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위시트 사사나티앙의 대표작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와 비슷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두 영화 사이엔 태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는 철저하게 장르 영화와 패러디의 쾌락에 몰두한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레드 이글]은 예상 외로 심각해요. 물론 가면 쓴 수퍼영웅의 이야기가 허용하는 한에서 심각하다는 거지만. 


영화의 시대배경은 2016년의 미래입니다. 진보적인 반핵주의자인 줄 알았던 새 총리는 알고 봤더니 태국 고위층이 회원들로 있는 비밀 조직의 일원입니다. 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고 사람들은 영웅을 원합니다. 여기서 짠하고 등장하는 인물이 레드 이글인데, 빨간 가면을 쓰고 악을 소탕하는 그는 사실 잔인한 연쇄살인마예요. 악을 소탕한다는 핑계로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지요.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그 때문에 그렇게 거슬리는 일이 없으니, 그만큼 무대가 되는 미래의 태국 사회가 썩어 보이기 때문이죠. 


보면 "와, 태국 사람들이 화가 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나리오는 몇 년 전에 썼다지만, 이 영화가 그리는 세계를 최근 태국의 정치 상황과 떼어내어 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영화가 이런 사태에 대한 분석을 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건 아닙니다. 꾹꾹 억누르고 있는 울화통을 연쇄살인을 통해서라도 터트리려 하는 거죠. 이 영화의 논리는 "정치가놈들은 다 죽여버리겠어!"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액션 영화로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레드 이글]이 주는 쾌락은 [티어스 오브 블랙 타이거]보다 못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는 분노와 폭력에 빠져 장르 영화의 쾌락을 무시하기 시작해요. 그런데도 여전히 가면 쓴 영웅에 대한 만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진지함과 키치함이 부조화를 이루는 거죠. 비교적 수준 높은 액션 안무와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액션과 레드 이글의 일편단심 심각함은 곧 지루해집니다. 신체 손상을 엑스 레이로 보여주는 것 같은 위시트 사사나티앙 특유의 농담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이 장황한 진지함을 살리기엔 부족해요. 이래서는 안 되었죠.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는 가벼움을 갖추어야 진정한 풍자와 공격이 가능한 것인데. (10/10/23)



기타등등

영화는 반쪽 짜리입니다. 2부작의 첫 번째 영화이고 클리프행어와 예고편으로 끝나요. 하지만 부산영화제의 GV에서 감독은 속편에 대해 부정적이더군요. 진심인지 엄살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 Wisit Sasanatieng, 출연: Ananda Everingham, Pornwut Sarasin, Yarinda Bunnag, Wanasigha Prasertkul, Prawit Kittichantera, 다른 제목: Red Eagle

 

IMDb http://www.imdb.com/title/tt174371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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