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줄리 델피 Julie Delpy

주연
줄리 델피....마리옹
Julie Delpy....Marion
아담 골드버그....잭
Adam Goldberg....Jack
다니엘 브륄....루카스
Daniel Brühl....Lukas
마리 필레....안나
Marie Pillet....Anna
알베르 델피....자노
Albert Delpy....Jeannot

잭과 마리옹

마리옹은 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인 사진작가이고 잭은 뉴욕 토박이인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둘은 지난 2년 동안 커플이었죠. 이들은 이탈리아로 휴가 여행을 갔다가 마리옹의 엄마 아빠에게 맡겨놓은 고양이를 되찾고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 위해 파리에 잠시 들릅니다. 그리고 재앙이 시작됩니다...

프랑스인 여자와 미국인 남자의 수다스러운 연애담이고 줄리 델피가 출연할뿐만 아니라 감독과 각본까지 맡았다니,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이 떠오를 법합니다. 하지만 유사점은 거기서 끝나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연애담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리옹은 절대로 셀린이 아니에요.

맨 처음에 이 영화는 문화적 갭을 다룬 가벼운 코미디처럼 보입니다. 잭은 프랑스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프랑스인들의 문화에 당황해합니다. 그 때문에 마리옹에 대해 오해하고 엄청난 고통을 겪죠. 이 노선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잭이 파리에서 겪은 체험은 프랑스로 대표되는 마리옹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돕는 필수적인 제의와 같았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걸 보면 뭔가 좀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일단 잭은 하나고 영화에 나오는 프랑스인들은 수십 명이나 되니 숫자만 봐도 열세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영화가 프랑스에 대해 굉장히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섹스에 집착하고 무례하고 거만하고 토끼 머리처럼 끔찍한 음식을 먹는 야만인들입니다. 지식인들은 NGO를 위해 일한답시고 제3세계에 내려가 아이들을 겁탈하고, 노동자 계급은 인종차별주의자거나 아내를 두들겨 패고 우쭐거리는 폭력범들입니다. 잭도 나름대로 미국적인 단점이 있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우르르 몰려들면 혼자 감당할 수가 없지요.

이들을 연결하는 마리옹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그나마 균형이 잡혔을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프랑스인들이 이렇게 흉물스럽게 나오는 건 줄리 델피의 자화상이나 다름 없는 마리옹이 그들을 그렇게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리옹이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 역시 그렇게 건전하지는 않답니다. 뉴욕에서 마리옹은 아마 이성적인 문명인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잭이 아는 마리옹이었겠죠. 하지만 프랑스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리옹의 머리는 픽 돌아버립니다. 다른 미친 프랑스인들에게 욕을 퍼붓는 또 한 명의 미친 프랑스인이 되는 거예요.

이 영화가 미진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마리옹의 위치입니다. 마리옹은 이 영화의 나레이터예요. 하지만 상황 파악에 어둡고 자신의 단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가 후회나 반성도 하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에 마리옹은 애정 관계에 대한 일반론을 중얼거리면서 이야기를 슬쩍 마무리지으려 하지만 이건 결코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상황이 아니죠. 제가 잭의 친구라면 마리옹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고 충고하겠습니다. (07/07/05)

DJUNA

기타등등

1. 고양이 장 뤽 귀여워요. 후반부에 나오는 토끼 인형도 귀엽고.

2. [비포 선셋]에 이어 줄리 델피의 아빠 알베르 델피가 나옵니다. 이번엔 역할도 크죠. 주인공의 아빠 역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