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성수

주연
류승범....나
Back Police #1....조주현
Back Police #2....지중현
Back Police #3....허명행
이소롱....홍이개

나

[빽]은 고전적인 [트왈라이트 존]식 판타지입니다. 관객들 눈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주인공은 모든 것이 반대인 세계에서 괴물이나 이단자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죠. 이 에피소드에서 류승범이 연기하는 주인공은 모두가 거꾸로 걷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앞으로 걷는 사람입니다. 범법자로 몰린 주인공은 무시무시한 경찰들에게 쫓기다 다음 검색 서비스를 통해 모든 개성이 용납되는 유토피아로 탈출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다음에서 홍보용으로 계획한 단편 영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했던가요?

[빽]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꽤 흥미로운 기술적 도전이 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정작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지나치게 안전합니다. 슬프게도 개성이 말살당하는 세계에서 자기의 개성과 존재를 찾는다는 설정 자체도 거의 예술영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만큼 무개성적이죠. 뒤로 걷는 세계에서 혼자 앞으로 걷는 사람 이야기 역시 흔해 빠졌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김성수는 컴퓨터 그래픽을 잔뜩 쓴 과격한 이미지를 영화에 잔뜩 집어넣는데, 그게 그렇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뒤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과장된 이미지는 재미있지만 전체적으로 [영어완전정복]의 싼 맛이 지나치게 강해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액션입니다. 네, 기본적인 액션 자체는 흔해빠진 [매트릭스]의 패러디죠. 하지만 주인공을 위협하는 경찰들이 그 액션을 등을 돌리고 한다면 사정은 다릅니다. 악당들과 주인공의 액션 방향만 살짝 바꾸자 이제 지겨워질 법한 [매트릭스] 패러디도 새로운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던 거죠. 류승범과 스턴트팀들도 비교적 이 엉뚱한 액션들을 잘 살린 편이고요.

산만하고 정신없는 스타일을 잠시 잊는다면, [빽]은 온라인 페스티벌의 문을 여는 비교적 안전한 첫장입니다. 아마 너무 안전한 건지도 모르죠.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기엔 광고 영화의 느낌이 지나치게 강한 것일 수도 있고. (04/10/12)

DJUNA

기타등등

다음 작품은 장준환 감독의 [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