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토퍼 게스트 Christopher Guest

주연
파커 포지....멕 스완
Parker Posey....Meg Swan
마이클 히치콕....해밀턴 스완
Michael Hitchcock....Hamilton Swan
캐서린 오하라....쿠키 구글먼 플렉
Catherine O'Hara....Cookie Guggelman Fleck
유진 레비....제럴드 '제리' 플렉
Eugene Levy....Gerald 'Gerry' Fleck
크리스토퍼 게스트....할란 페퍼
Christopher Guest....Harlan Pepper
마이클 맥킨....스테판 반더후프
Michael McKean.... Stefan Vanderhoof
존 마이클 히긴즈....스코트 돌런
John Michael Higgins....Scott Donlan
제니퍼 쿨리지....셰리 앤 캐벗
Jennifer Coolidge....Sherri Ann Cabot
제인 린치....크리스티 커밍즈
Jane Lynch....Christy Cummings
프레드 윌러드....벅 라플린
Fred Willard....Buck Laughlin
짐 피독....트레버 벡위드
Jim Piddock....Trevor Beckwith
에드 베글리 주니어....호텔 매니저
Ed Begley Jr.....Hotel Manager

쿠키와 제리

크리스토퍼 게스트의 [베스트 쇼]는 그의 전작인 [구프먼을 기다리며]와 마찬가지로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의 출연 경험이 게스트의 감독 인생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쳤던 모양이에요. 감독일을 시작하다보니 즉흥적인 작업이 가능하고 배우들의 참여도가 높은 가짜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점점 끌려들어갔던 것이겠죠.

[베스트 쇼]의 소재는 도그쇼입니다. 영화는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메이플라워 도그쇼에 참가하려는 일단의 사람들을 따라갑니다. 신경질적인 여피 변호사 커플인 멕과 해밀턴, 왼발만 두 개 있는 세일즈맨 제럴드와 화려한 남자 경력을 과시하는 그의 아내 쿠키, 게이 커플인 스테판과 스코트, 돈많은 영감탱이와 결혼한 젊은 아내 셰리 앤과 그녀의 애인인 개조련사 크리스티, 낚시가게 주인 할란... 다들 그들 자신만으로도 상당히 별난 사람들인데, 그들이 도그쇼라는 상당히 어처구니 없는 행사에 떼거지로 몰려드는 것입니다.

도그쇼는 정말 괴상한 행사입니다. 사실 개라는 동물은 이런 종류의 멀끔한 쇼에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죠. 말이 도그쇼지, 이런 쇼의 주인공은 개들이 아니라 사람들입니다. 개들은 주인의 욕구와 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도구일 뿐이에요. 도그쇼는 개들을 뼈다귀나 갉아먹는 생각만 하고 있는 진짜 동물과는 전혀 다른 장식적이고 인공적인 존재로 뜯어 고칩니다. 결코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죠.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반응은 웃음입니다. 도그쇼는 천성적으로 코미디의 소재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도그쇼에 대한 야유만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좋은 코미디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런 괴상함을 바라보며 속으로 키득거리며 웃지만 그들이 개에게 투영하는 환상과 열정을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그들을 탓할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죠. 원래 문명이란 부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도그쇼도 인류 문명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당연한 것입니다.

[구프만을 기다리며]와 마찬가지로 [베스트 쇼]도 배우들의 전체 참여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각본은 기본적인 골격만 잡아주었을 뿐이고, 대부분 장면들은 배우들이 거의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니까요. 덕택에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상당히 강해지기도 했고 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다채로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도 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었을 거예요.

게스트의 스타일 역시 남아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상황을 극도로 무덤덤한 어조로 읊어대는 유머나 그렇게 '쿨'하지 않은 대상에 열정을 퍼붓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페이소스를 찾아내는 방식은 슬슬 그의 스타일로 자리잡은 듯 해요. 이 영화가 가짜 다큐멘터리의 규칙을 아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스타일에 이 틀이 어울리는 건 분명하고요. 그가 차기작 계획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하여간 그가 이런 영화를 하나나 둘쯤 더 만들어도 전 불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01/11/09)

DJUNA

기타등등

[Best in Show]에서 [베스트 쇼]라... 단어 하나가 빠지니까 의미가 이렇게 바뀌는군요. 뭣하러 이렇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