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카트린 브레야 Catherine Breillat

주연
다프네 바위르....안
Daphné....Anne
롤라 크레통....마리-카트린
Lola Créton....Marie-Catherine
도미니크 토마....푸른 수염
Dominique Thomas....Bluebeard

푸른 수염과 마리 카트린

전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 콕토가 감독한 [미녀와 야수], 자크 드미가 감독한 [당나귀 공주]처럼 카트린 브레야의 [푸른 수염]은 샤를 페로의 동화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브레야가 원래 무엇을 의도했건, 전 일관성 있는 하나의 흐름을 봅니다. 그렇다고 이 세 편의 영화가 다 비슷비슷하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격만 따진다면 전혀 달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눈에 들어오는 건 원작과 영화의 프랑스적 개성 때문이거나 브레야가 정말로 앞의 영화들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겠죠.

영화의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푸른 수염]입니다. 단지 영화는 현재를 사는 두 어린 자매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기가 센 동생이 심약한 언니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형식이지요. 전통적인 [푸른 수염]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중간중간에 두 소녀들이 끼어들어 코멘트를 던지거나 잡담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영화의 스타일은 괴상합니다. 보통 이런 식의 사극 영화는 사치스러움을 일부러 부풀리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브레야는 반대로 갑니다. [푸른 수염]의 세계는 정말로 초라해요. 원래 가난한 자매야 그렇다고 해도 화려해 마땅한 푸른 수염의 성도 초라하기 짝이 없어요. 그냥 돌로 쌓은 상자에 불과하지요. 고증을 깡끄리 무시한 주인공들의 간촐한 복장도 그냥 가난하다는 느낌만 듭니다. 비주얼만 그런 것도 아니에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푸른 수염의 성에 들어와 나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같은 층에서 그 장면을 계속 찍어서 붙여버려요. 이러면 점점 위로 올라가는 착각이 드냐고요? 아뇨. 돌벽을 보면 커다란 구멍이 하나 있어요. 같은 층이라는 걸 무시할 수가 없는 겁니다. 아마 일부러 그 층을 골랐을 거예요. 브레야는 심술궂은 악동처럼 콕토가 [미녀와 야수]에서 구축했던 꿈의 세계에서 일부러 뛰쳐나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 전개 방식은 더 괴상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가긴 해요. 하지만 억지로 끌려가는 겁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샤를 페로의 동화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에요. 무시무시한 연쇄살인마여야 할 푸른 수염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맥빠진 눈으로 바라보는 처량하고 못생긴 남자이고 그와 결혼한 마리-카트린과 언니 안은 야수처럼 생기가 넘치고 위험한 소녀들이죠. 아무리 스토리가 원작을 따라간다고 해도 관객들은 쉽게 그 이야기를 믿지 못해요. 오히려 마리-카트린이 돈을 노리고 남편을 모함해 죽였다는 말을 더 쉽게 믿겠어요. 어차피 관객들은 악명높은 푸른 수염의 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거든요.

위 문단의 마지막 문장을 조금 더 설명해야겠군요. 사실 시체들이 결려 있는 푸른 수염의 방은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마리-카트린이 그 방 안에 들어가 시체들을 목격하는 장면은 안 나와요. 이 장면에서 방에 들어가고 시체를 목격하는 건 마리-카트린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읽어주는 어린 동생입니다. 영화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고 이야기꾼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여기까지는 그래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레야는 [팻 걸]의 감독답게 정말 말도 안 되는 결말을 영화에 추가해요. 맥락과 상관없이 갑자기 튀어나와 충격을 주는 폭력적인 국면전환이죠. [팻 걸]만큼은 아니지만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 장면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생각은 없어요. 브레야도 내용보다는 그 어처구니 없음 자체가 더 좋았을 걸요. (09/10/27)

DJUNA

기타등등

여자배우들이 다들 예쁘더군요. 그래서 홀로 못 생겼던 푸른 수염들이 더 딱해보였던 거지만. 카메라가 그의 축 늘어진 뚱뚱한 몸을 가차없이 보여줄 때는 잔인하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