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샤론 맥과이어 Sharon Maguire

주연
르네 젤위거....브리짓 존스
Renée Zellweger....Bridget Jones
콜린 퍼스....마크 다시
Colin Firth....Mark Darcy
휴 그랜트....다니엘 클리버
Hugh Grant....Daniel Cleaver
짐 브로드벤트....브리짓의 아빠
Jim Broadbent....Bridget's Dad
젬마 존스....브리짓의 엄마
Gemma Jones....Bridget's Mum
샐리 필립스....샤론
Sally Phillips....Sharon
셜리 헨더슨....주드
Shirley Henderson....Jude
제임스 칼리스....톰
James Callis....Tom
엠베스 데이비츠....나타샤
Embeth Davidtz....Natasha
실리아 임리....우나 알콘베리
Celia Imrie....Una Alconbury
오너 블랙먼....페니 허즈번즈-보스워스
Honor Blackman....Penny Husbands-Bosworth
제임스 포크너....제프리 삼촌
James Faulkner....Uncle Geoffrey
샤미안 메이....다시 부인
Charmian May....Mrs. Darcy
폴 브룩....피츠허버트 씨
Paul Brooke....Mr. Fitzherbert
펠리시티 몬태규....퍼페튜아
Felicity Montagu....Perpetua

1.

브리짓 존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원작은 헬렌 필딩의 동명의 베스트셀러입니다. 필딩의 주인공 브리짓 존스는 30대 초반의 통통한 직장 여성으로 살을 빼고 담배와 술을 끊고 그럴싸한 남자를 만나 노처녀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인 1년을 보냅니다. 사람들은 종종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앨리 맥빌과 브리짓 존스를 비교하는데, 전 이 사람이 앨리보다는 캐시 가이즈와이트의 만화 주인공 캐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앨리는 기준에 못미치는 외모 때문에 골치를 썩히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스토리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닙니다. 뻔하디 뻔한 연애담이죠. '남자를 한 명 만났다가 차였는데, 나중에 더 괜찮은 남자를 만났다' 정도 쯤 될까요? [오만과 편견]의 캐릭터 설정과 구성을 슬쩍 끌어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에 [오만과 편견]의 미묘한 재미가 녹아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작품의 진짜 재미는 브리짓 존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이었습니다. 인간적 결점과 사소한 일상의 고민으로 가득 찬 이 캐릭터는 전세계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싱글턴 Singleton들의 감정이입을 끌어내기엔 충분했습니다. 물론 브리짓 존스는 그 징징거리는 성격과 퇴행적 행동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표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인간적 결점은 죄가 아니고, 설사 그것이 부정적이라고 해도 무조건 감추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고 배웠답니다.

2.

영화는 비교적 스토리와 캐릭터에 충실합니다. 브리짓 친구들의 캐릭터는 단순해졌고, 브리짓의 엄마 캐릭터가 보다 참을만한 인물로 바뀌었으며, 끝에 가서 극적 구조를 세워주기 위해 다니엘 클리버-브리짓 존스-마크 다시의 삼각 관계를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그 정도 개작은 일기 형식의 소설을 영화화 할 때 당연히 각오해야 하는 것입니다. 변형 자체를 특별히 나쁘거나 좋다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영화는 소설보다 자극적입니다. 하긴 일이 다 끝난 뒤 브리짓 존스의 입을 통해 그 사건에 대해 듣는 것이랑, 우리 눈으로 직접 브리짓 존스의 망신살이 뻗치는 걸 보는 건 다릅니다. 영화 쪽이 훨씬 낯뜨겁죠. 종종 영화는 원작엔 뿌리만 묻혀 있던 망신을 더 극대화하기도 합니다. 소방서 에피소드나 '창녀와 목사' 파티가 대표적인 예죠. 아마 이런 망신스러운 소동은 공동 각본가인 코미디 작가 리처드 커티스에 의해 강화되었을 겁니다.

리처드 커티스가 코미디를 확대했다면 앤드루 데이비스는 아마 영화의 [오만과 편견] 식 로맨스에 '진품' 딱지를 붙여주기 위해 동원되었을 겁니다. 마크 다시의 대사는 그 사람이 모두 쓰지 않았나 생각되는군요.

3.

브리짓 존스와 마크 다시

이 영화는 각본보다는 캐스팅의 승리입니다. 일단 브리짓 존스를 연기한 르네 젤위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영국 관객들은 젤위거의 캐스팅에 대해 시작부터 비판적이었지만, 아마 영화를 본 뒤에도 그런 입장을 버리지 않은 관객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이 텍사스 출신의 배우는 징그러울 정도로 브리짓 존스답습니다. 아마 진짜 브리짓 존스보다 더 브리짓 존스다울 거예요. 젤위거가 거의 완벽한 영국식 악센트를 구사하며 그 사람 특유의 연약함과 친근함이 뒤섞인 특유의 매력으로 영화를 이끌어 갈 때 관객들은 별생각없이 항복하고 맙니다.

휴 그랜트 역시 적역을 맡았습니다. [노팅 힐]이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에서 보여준 순진한 청년 이미지도 그와 잘 맞지만, 이 영화의 능글맞은 다니엘 쪽이 훨씬 더 그에 맞는 듯 하군요. 아마 나이먹는 동안 그가 새로 쌓아올린 응큼한 느낌이나 소설에서도 언급된 섹스 스캔들이 그에게 부여한 지저분한 이미지가 캐릭터에 맞았기 때문이겠죠.

콜린 퍼스는 그냥 미스터 다시입니다. [오만과 편견] 때랑 너무 똑같아요. 나중에 두 작품을 비교해보시길. 두 다시의 차이는 옷차림이 다르다는 것뿐입니다.

4.

영화와 소설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작품일까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요. 각자 장단점이 있고 사람마다 선호도가 다르니까요. 전 영화 쪽을 더 재미있게 봤답니다. 아마 르네 젤위거의 존재 때문일 겁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브리짓 존스라는 캐릭터는 활자만으로 접할 때는 짜증나는 구석도 많은 사람입니다. 앨리 맥빌의 존재가 칼리스타 플록하트라는 배우를 통해 완성되었던 것처럼,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를 잡생각들의 모음에서 살아 숨쉬는 진짜 사람으로 재창조해냈습니다. 덕택에 그 사람을 받아들이기도 훨씬 쉬워졌고 말이에요. (01/09/27)

DJUNA

기타등등

왕년의 캐시 게일인 오너 블랙먼이 단역으로 등장합니다. 출판 파티 장면에서는 제프리 아처와 살만 루시디가 소설에 나왔던 줄리언 반즈를 대신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