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엘리엇 실버스타인 Elliot Silverstein

주연
제인 폰다....캐더린 '캣' 벌루
Jane Fonda....Catherine 'Cat' Ballou
리 마빈....팀 스트런/키드 셸린
Lee Marvin....Tim Strawn/Kid Shelleen
마이클 칼런....클레이 분
Michael Callan....Clay Boone
드웨인 힉맨....제드
Dwayne Hickman....Jed
톰 나디니....잭슨 투-베어즈
Tom Nardini....Jackson Two-Bears
냇 '킹' 콜....샤우터
Nat 'King' Cole....Shouter
스터비 케이....샤우터
Stubby Kaye....Shouter
존 말리....프랭키 벌루
John Marley....Frankie Ballou
레지날드 데니....해리 퍼시벌 경
Reginald Denny....Sir Harry Percival
제이 C. 플리펜....카디건 보안관
Jay C. Flippen....Sheriff Cardigan
아더 허니컷....부치 캐시디
Arthur Hunnicutt....Butch Cassidy

1.

학교를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캣 벌루는 아버지가 물을 노리는 울프 시티의 사람들에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캣은 수 족 인디언 청년 잭슨, 기차에서 만난 두 범죄자인 클레이와 제드, 왕년에는 날렸지만 지금은 주정뱅이로 전락한 총잡이 키드에게 아버지를 지켜달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코없는 총잡이 팀 스트런에게 살해당하지요.

복수를 다짐한 캣은 울프 시티로 가는 봉급 수송 열차를 털고 쫓기는 몸이 됩니다. 한편 캣을 사랑하게 된 키드는 스트런과 결판을 내기 위해...

2.

[캣 벌루]가 만들어진 1960년대 중반은 헐리웃 서부극이 마지막 숨을 내쉬며 발버둥을 치던 시기였습니다. 60년대는 전통 서부극의 단순한 스토리가 통하는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보다 머리가 복잡해진 관객들을 위해 소위 수정주의 서부극이라는 것들이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이것도 시대의 반영보다는 이미 수명을 다한 장르에서 어떻게든 단물을 뽑아보려는 헐리웃의 마지막 발버둥에 가까웠습니다.

[캣 벌루]엔 서부극이라는 장르의 종말이 보다 뚜렷하게 보입니다. 여러 측면에서 그래요. 서부시대가 종말을 고한 19세기 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를 다루는 방식이 특히 그렇습니다.

원작을 다루는 방식부터 보죠. 이 영화의 원작이 된 로이 챈슬러의 소설은 아주 진지한 작품이었답니다. 하지만 엘리엇 실버스타인은 이 진지한 (그래서 당연히 진부한) 스토리에 멋대로 농담들을 첨가해서 코미디로 뜯어고쳤습니다.

그리고 그 농담의 대부분은 짓궂은 장르 놀리기입니다. 영화는 지금까지 서부 영화가 써먹었던 온갖 진부한 클리셰들(살해당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 술집의 싸움, 열차 강도, 학교 교사와 서부 건달의 로맨스...)을 끄집어내 놀려대고 조롱하고 장난스럽게 얼러대다가 갑작스런 키스까지 해줍니다. 당시 서부극 팬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종종 정신없이 웃다가도 가끔씩 살짝 서글픈 미소를 지었을 겁니다. 이 영화의 농담은 단순한 장르 비꼬기가 아니라, 죽어가는 장르에 대한 애정어린 작별 인사였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서글픔은 아주 살짝만 보일 뿐입니다. [캣 벌루]는 그런 서글픔을 억지로 연장할 만큼 한가한 영화가 아닙니다. 스토리는 정신없이 빠르고 농담들은 참치 통조림처럼 꽉꽉 차 있습니다. 냇 킹 콜과 스터비 케이의 태평스러운 그리스 코러스 식 노래에 이끌려 영화를 보다보면 후딱 97분이 지나갑니다.

이 모든 것들은 노련한 일급 헐리웃 배우들에 의해 통제됩니다. 특히 리 마빈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이 연기한 코없는 악당과 주정뱅이 총잡이의 일인 이역은 주목할만 합니다. 마빈은 지금까지 자기가 연기했던 터프 가이 이미지를 유쾌하게 비트는데, 정말 재미있습니다.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코미디를 해대니까 정말 먹히기도 하고요.

이미 고전이 된 많은 장면들이 있습니다. 특히 리 마빈의 '촛불 끄기'와 '옷 갈아 입기' 장면은 훌륭합니다.

3.

언젠가 윌리엄 웰먼은 지극히 시대에 뒤떨어진 그의 고전 [날개]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 적 있어요. "[캣 벌루]와 같은 영화는 지금은 성공했어도 곧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날개]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물로 전락하고 말았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글쎄요. 적어도 지금 보기엔 웰먼의 예언은 틀린 것 같습니다. [날개]의 가치를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캣 벌루]의 영화적 재미는 여전히 단단하기 그지 없으니까요. 참 많이 본 영화지만 볼때마다 신나는 작품입니다. 이러기도 쉽지 않아요. (99/10/10)

DJUNA

기타등등

잭슨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는 당시 서서히 변하고 있던 아메리칸 원주민들에 대한 헐리웃의 태도를 엿보게 해줍니다.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조금 아부해주는 것에 가깝지만, 그래도 잭슨이 백인 남자의 가발을 들고 인디언 괴성을 지르는 장면은 꽤 통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