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윌리엄 A. 웰먼 William A. Wellman

주연
클라라 보우....메리 프레스턴
Clara Bow....Mary Preston
찰스 '버디' 로저스....존 "잭" 파웰
Charles 'Buddy' Rogers....John "Jack" Powell
리처드 알린....데이빗 암스트롱
Richard Arlen....David Armstrong
조바이나 랠스턴....실비아 루이스
Jobyna Ralston....Sylvia Lewis
엘 브렌들....허먼 스윔프
El Brendel....Herman Schwimpf
게리 쿠퍼....화이트 생도
Gary Cooper....Cadet White
헨리 B. 월트홀....데이빅의 아버지
Henry B. Walthall....David's father
줄리아 스와인 고든....데이빗의 어머니
Julia Swayne Gordon....David's mother

1.

윌리엄 A. 웰먼의 27년도 작품 [날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많습니다. 아직까지도 입에 오르내리는 고전적인 공중전 장면 때문이기도 하고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오늘 새벽에 그 영화를 AFKN에서 해주어서 봤답니다. 밤을 꼴딱 새며 2시간 20분이나 되는 이 무성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2.

스토리로 볼 영화는 절대로 아닙니다. [배달의 기수]도 이런 [배달의 기수]가 없어요. 레너드 말틴이 이 영화에 별을 두 개 반밖에 주지 않은 이유도 그 얄팍한 스토리 때문이었지요. 그 양반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대충 내용을 따라가면 이래요. 잭은 실비아를 사랑하고 데이빗도 실비아를 사랑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잭과 데이빗은 모두 공군에 입대해서 파일럿이 되지요. 처음엔 서먹서먹하던 두 사람은 곧 친구가 되고 다양한 공중전 속에서 피터지는 우정을 나눕니다. 한편 잭을 짝사랑하는 메리는 자원봉사자가 되어 전쟁터로 따라오고...

내용만 보면 그냥 뻔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직접 화면에서 이 이야기를 보면 그 진부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 무성 영화 시대의 과장된 연기에 익숙치 않은 현대 관객들의 눈에는 더 어처구니 없어 보일 거예요. 이 영화의 줄거리는 통속적인 무성영화 스토리를 [배달의 기수]식으로 접근한 것에 불과합니다.

캐릭터도 재미없어요. 데이빗은 무뚝뚝한 터프 가이일 뿐이고 잭은 멍청한 짓만 골라하는 얼간이입니다. 이 둘의 우정이 비극적으로 종결지어지는 부분은, 설정 자체가 바보스럽기도 하지만, 두 캐릭터가 전혀 어필하지 않기 때문에 공허하게만 보입니다. 데이빗과 잭을 연기한 배우들이 그 빈 부분을 보충한 것도 아니고요.

유일하게 공감가고 또 연기도 볼 만한 캐릭터는 클라라 보우가 연기한 메리 프레스턴입니다. 보우는 자신의 스타 파워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고 연기도 좋습니다. 캐릭터는 단순하지만 호감가고요. 슬프게도 이 캐릭터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입니다. 심지어 삼각 관계의 중심도 아니지요!

3.

그렇다면 [날개]의 가치는 어디 있는 걸까? 역시 기술적인 면과 스펙타클에 있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20년대의 관객들한테 이 영화가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해보세요. [날개]에는 현대 공중전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건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근사하게 확대된 마그나스코프 화면에 펼쳐졌을 때 사람들은 얼이 빠졌을 겁니다.

게다가 이건 헐리웃 식 눈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기술 수준이 그런 장난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날개]의 제작진들은 공중전의 대부분을 진짜 비행기를 날리며 직접 찍어댔습니다. 게다가 감독인 윌리엄 웰먼은 공중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는 베테랑 파일럿이었지요. 현대 디지탈 시대 관객들의 눈에는 짧아 보일지 몰라도 이 영화에는 실전의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

4.

[날개]를 역사에서 떼어놓고 독립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웰먼 자신은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날개]에 대한 열광은 당시 관객들의 짧은 경험에도 원인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역시 웰먼 자신이 말했듯이, [날개]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겁니다. [날개]는 그 왕년의 업적만으로도 그럴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 (99/05/07)

DJUNA

기타등등

웰먼의 과대포장된 남성성 예찬에 동감한 적은 없습니다. 적어도 제 취향은 아니에요. 하지만 동성애 서브텍스트에 관심있는 분들은 영화 후반부가 흥미진진할 거예요. 잭은 죽어가는 데이빗의 입술에 직접 키스하거든요. [셀룰로이드 클로젯]에서 이 장면의 클립을 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참, 이 영화는 게리 쿠퍼의 처녀작이기도 합니다. 겨우 2분 나오고 죽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