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처드 피핀 Richard Pepin

주연
크리스토퍼 앳킨스....존 파머
Christopher Atkins...,John Palmer
콤 미니....빈센트
Colm Meaney....Vincent
안젤라 페더스톤....사만다 파머
Angela Featherstone....Samantha Palmer
모니카 딘....소피
Monica Dean...,Sophie
데이빗 팔피....마르셀
David Palffy....Marcel
첼란 시몬스....에밀리 파머
Chelan Simmons....Emily Palmer
스티비 미첼....마일즈 파머
Stevie Mitchell....Miles Palmer
마리우스 시부....한스
Marius Chivu...,Hanz
크리스티앙 포파....스테판
Cristian Popa....Stephan

벌레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 비디오 가게에 들어가 저예산 날림 비디오 직행 영화인 것들만 골라서 보곤 했지요. 어떤 때는 그런 영화를 볼 때만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했고. 사실 좋은 영화를 감상하는 건 즐거운 경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처음부터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막장 영화를 보는 행위에는 나름 해방감이 있지요.

오래간만에 그런 일을 했어요. 순전히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였지만. 오늘 본 영화는 [케이브 인]. 어디서 방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006년에 제작된 텔레비전 영화인 것 같고, 루마니아에서 찍었다고 하더군요. 괴물 영화예요. 순전히 시커먼 괴물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시꺼먼 무언가를 벌리고 있는 DVD 커버를 보고 빌렸지요. 영화를 보니 그건 거대한 검정 사슴벌레더군요.

내용은 이래요. 1948년, 스위스의 어느 암염탄광에서 엄청난 양의 에메랄드가 발견되었어요. 하지만 거기엔 에메랄드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그 보석들을 지키는 사람 몸뚱이만한 사슴벌레들도 있었지요. 사슴벌레들은 무자비하게 광부들을 학살하고 엄청나게 운이 좋은 단 한 사람만 광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지요. 그런 뒤 무대는 현대로 휙. 폐쇄된 암염광산 안에 에메랄드가 있다는 것을 아는 악당들이 미국인 가이드를 고용해 그 광산에 다시 내려갑니다. 물론 그 안에는 여전히 사슴벌레들이 살고 있었고요.

이 사슴벌레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 것일까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요. 동굴 안은 몇 십 년 동안 폐쇄되어 먹을 것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는데. 하긴 그건 에메랄드 동굴이 발견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지요. 하긴 그만한 크기의 벌레가 숨 쉬고 움직이며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해요. 이런 영화에서 논리에 집착하는 건 바보짓이죠.

영화는 많이 민망해요. 일단 각본이 나쁘고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죠. 외국인 시청자가 대충 들어도 대사 처리가 엉성한 게 그대로 들어온다면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프로페셔널한 연기를 보여주는 건 악당 빈센트 역의 콤 미니 정도밖에 없어요. 아마 이것도 제가 나름 [스타 트렉]을 꾸준히 봤던 시청자여서 그렇게 느꼈던 건지도 모르죠. 하긴 배우 탓만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정말 한심하단 말이에요. 특히 악당들은요. 폭력 성향이 지나쳐 늘 불필요한 실수만 저지르는 주제에 악당처럼 보이고 싶어서 거들먹거리는 꼬락서니가 참 가관이에요.

액션... 역시 민망하죠. 일단 특수효과가 나빠서 그럴 거예요. 세트는 놀이동산 같고 사슴벌레 CG도 조악하기 그지없지요. 화면 합성에도 공이 안 들어가 있어서, 사슴벌레들은 주로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는 스틸 배경 위를 돌아다닌답니다. 그림자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종종 찍어놓은 게 모자랐는지, 프레임 수 조절로 대충 커버한 장면도 보이고. 악당들이 레이저 총으로 사슴벌레들과 싸우는 장면도 많이 민망합니다. 레이저 총이라면서 쏘면 쾅쾅 소리가 나고 파란 광선...이라기보다는 빛 막대기를 맞으면 돌이 반동으로 튕겨나간답니다. 레이저 총에 맞으면 벌레들은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는데 어느 장면에서 보면 바닥에 잔해가 떨어지지도 않더군요.

그렇다고 이 영화를 보고 제가 “아, 손해다! 보지 말 걸 그랬어!"라고 생각했느냐? 그렇지는 않죠. 처음부터 이 따위 영화라는 걸 알고 봤으니까요. 영화도 저도 나름대로 페어플레이를 한 거죠. 적당히 한눈도 팔고 비웃으며 보기엔 나쁘지 않은 영화예요. 같은 BOMB이라고 [맨데이트] 같은 영화와 일대일로 비교한다면 섭하죠. (09/01/13)

DJUNA

기타등등

1. 남자주연배우인 크리스토퍼 앳킨스는 브룩 쉴즈랑 [블루 라군]에 나왔던 배우죠. 당시에도 몸매 잘 빠지고 연기 못하는 배우로 알려졌었는데... 지금은 세월과 함께 미모는 날아갔고 연기는 여전히 못하고 그렇더군요.

2. 아, 다시 확인해봤어요. Sci-Fi 방영작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