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디 앨런 Woody Allen

주연
케네스 브래나....리 사이먼
Kenneth Branagh....Lee Simon
주디 데이비스....로빈 사이먼
Judy Davis....Robin Simon
조 만테냐....토니 가르델라
Joe Mantegna....Tony Gardella
팜케 잰슨....보니
Famke Janssen....Bonnie
위노나 라이더....놀라
Winona Ryder....Nola
샬리스 테론....슈퍼모델
Charlize Theron....Supermodel
멜라니 그리피스....니콜 올리버
Melanie Griffith.... Nicole Oliver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브랜든 대로
Leonardo DiCaprio....Brandon Darrow
베베 뉴워스....니나
Bebe Neuwirth....Nina

놀라와 리

[사랑과 죽음]이 우디 앨런 버전 톨스토이였고, [인테리어즈]와 [또다른 여인]이 우디 앨런 버전 베리만이었다면, [셀러브리티]는 우디 앨런 버전 펠리니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가 우디 앨런 버전 [달콤한 인생]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흑백 화면, 저널리스트 주인공, 연예계의 유명인사들이 부글거리는 호사스럽고 얄팍한 세계... 도입부에 등장하는 'Help' 메시지는 [달콤한 인생]에서 헬리콥터에 매달려 가는 예수상과 직접 비교할만 하죠.

영화는 막 이혼한 리와 로빈이라는 두 남녀를 따라갑니다. 이혼 전까지 리는 여행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 기자이고 로빈은 교사였죠. 하지만 새롭고 화려한 인생을 꿈꾸는 리는 아내 로빈을 버리고 연예계 관련 기자로 직종을 바꿉니다. 그러는 동안 로빈은 방송국 프로듀서인 토니 가르델라를 만나 인기 텔레비전 쇼 진행자로 성장하게 되고요.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 뉴욕 연예계 세계를 파해칩니다.

영화 속에서 리와 로빈은 각기 다른 기능을 위해 존재합니다. 일단 리는 현대 매스미디어 시대에서 유명인과 유명세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편입니다. 그는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번뜩이는 세계에 매료되고, 필사적으로 그 세계에 편입되려고 하지만 성과는 하찮습니다. 그건 일종의 로맨틱한 연애와 같지만 기둥이 되어야 하는 진짜 감정은 없습니다. 그건 리의 연애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세 명의 여자들과 관계를 맺는데, 종종 로맨틱한 아우라에 싸여 있는 것 같은 그의 연애담은 실제론 예쁜 배우 사진에 황홀해하는 틴에이저의 공상만한 깊이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리의 연애담은, 겉으로는 직접 연관성이 없는 연예계와 대중의 관계에 대한 비판이 되는 셈이죠.

로빈과 토니

리의 이야기의 대척점에 로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로빈의 이야기는 거의 신데렐라 스토리이며 이혼당한 중년 여자의 복수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소심한 중년의 교사가 완벽한 남자인 방송국 프로듀서랑 연애를 시작하면서 자신도 역시 스타가 된다는 것이죠. 물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기를 걷어찬 전남편이 계속 죽을 쑤는 동안 말이에요 (아, 고소해라!) 여기엔 조금 다른 주제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 앤디 워홀의 시대에 명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기술로 기능할 수 있으니까요.

이 두 주제는 모두 적절하게 다루어졌을까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주제를 제대로 따르기엔 지나치게 산만합니다. 개별 에피소드가 강해서 전체적인 주제가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거죠. 앨런도 주제보다는 각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에 카메오 출연하는 스타들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중심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해요.

배우들 중 가장 어처구니없는 구경거리는 주연 배우인 케네스 브래나입니다. 브래나는 말 그대로 우디 앨런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우디 앨런식 캐릭터도 아니고 그냥 우디 앨런이에요. 그가 우디 앨런의 억양에서부터 제스처 하나 하나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그럴싸하게 흉내내는 통에, 가끔 보는 기분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마치 장기 자랑 대회를 보는 것 같아요. 주디 데이비스는 보다 정상적으로 우디 앨런 식 여자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는데, 대충 [부부 일기]의 샐리와 [앨리스]의 앨리스를 섞어놓은 듯 합니다. 아주 새로운 모습은 아니지만 좋은 연기입니다.

때깔이 고운 영화입니다. 흑백 화면 위에 펼쳐지는 뉴욕 시티의 전경은 [맨하탄] 때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위노나 라이더나 팜케 잰슨처럼 '빨' 잘받는 사람들은 모두 상당히 아름답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앨런이 무얼 의도했건, 이 영화는 스타들이 가득 한 흑백 사진첩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02/08/22)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 나온 조연 배우 몇 명은 나중에 꽤 유명해져서 요새는 거의 카메오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방송국 기자로 잠시 나오는 데브라 메싱은 우디 앨런 최근작 [할리우드 엔딩]의 당당한 주연들 중 한 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