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한민

주연
엄태웅....오승민
박용우....정이규

이규

스트레스 해소용 액션 영화를 찾고 계시다면 [핸드폰]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그런 부류의 액션 영화가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들이 있지 않습니까? 일단 우린 주인공에 거의 완벽하게 감정이입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때려잡아야 할 악당은 그만큼이나 철저한 타자여야 하지요. 주인공이 행사하는 폭력이 현실세계의 규칙을 넘어서는 깔끔한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고요.

[핸드폰]은 그 어느 것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작정하고 위반하고 있지요. 이 영화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고군분투하는 연예 매니저 승민은 결코 우리가 공감하고 싶지 않은 인물입니다. 천박하고 저열하며 양심이 결여되어 있지요. 반대로 승민의 전화를 주운 뒤 그를 협박하는 불쾌한 인물 이규는 오히려 관객들이 더 쉽게 공감할만한 인물입니다. 유들유들한 천박함으로 세상사의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승민과는 달리 그는 직장 내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정신적으로 서서히 붕괴되는 사람입니다. 그 정신적 붕괴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일부러 스트레스 쌓이는 상황들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당연히 이들이 서로에게 행사하는 폭력은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죠.

영화는 피학적이고 냉소적이며 인간혐오적입니다. 이 영화에는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온전한 사람들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모두들 심각한 결함이 있고 그 중 상당수는 존재 자체가 불쾌하죠. 영화의 인간혐오적 기술은 모두 한국 사회의 역학관계와 구성원들의 스테레오타입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인간혐오보다 더 제한된 표현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요.

서스펜스물로서 영화의 구조는 다소 헐렁한 편입니다. 휴대전화 하나 가지고 거의 모든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려 하니 무리한 구석이 보이죠. 종종 우연의 일치가 겹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 외부에서 해결책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전작 [극락도 살인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언제 영화를 끝내야할지 잘 모릅니다. 중의적인 에필로그는 그냥 불필요했다고 봐요. 하지만 이 완벽하게 계산되지 못한 느슨함이 영화를 더 처절하게 만드는 구석도 있으니 무조건 단점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엄태웅과 박용우라는 두 배우의 캐스팅입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건들거리는 천박한 연예 매니저와 안이 서서히 썩어가는 감정노동자의 캐릭터에 딱 맞아요. 그냥 맞을 뿐만 아니라 둘의 대비에 의해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도 크죠. 그래도 둘 중 하나를 비교하라고 한다면, 평면적인 캐릭터를 악에 받혀 연기하는 엄태웅보다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용우 쪽이 배우로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현대한국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유익하고 중요한 교훈 세 개를 던지는 영화입니다. (1) 개인 정보나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기기들을 잘 관리하자. (2) 직장에서 감정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유의하자. (3) 그리고 제발 모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욕부터 하지 맙시다! (09/02/17)

DJUNA

기타등등

감독을 포함해서 카메오 출연이 엄청 많은 영화입니다. 그 사람들을 하나씩 세어보는 것만 해도 상당히 큰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