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우철

주연
성현아....홍미주
박다안....김태연
정호빈....준기
왕빛나....경란
이주나....지숙
최지은....윤진
진지희....윤혜
김나운....선애
최윤희....현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주와 윤진

전 정말 [첼로]가 괜찮은 호러 영화이길 바랐습니다. "10년 전 나의 연주가 오늘 내 가족을 죽인다"라거나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음악을 들은 일가족이 차례로 죽음을 당한다"라는 설정은 뻔한 긴머리 귀신 이야기보단 빌 S. 밸린저식 불가능 범죄에 더 가깝게 보였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광고하고 있다면 뭔가 근사한 트릭을 뒤에 숨겨놓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희미한 기대는 어제 시사회 때 완전히 박살났습니다. [첼로]는 올해 나온 한국 호러 영화들 중 가장 따분한 긴 머리 귀신 영화입니다. 거의 [령]과 맞먹어요. 아니 [령]보다 못해요. 적어도 전 [령]을 볼 때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는 홍미주라는 첼리스트의 이야기입니다. 대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이 사람에겐 죽은 친구 김태연과 관련된 어두운 비밀이 있죠. 그 비밀은 태연의 동생이 귀국 독주회를 열고 새 가정부가 집에 온 뒤부터 슬슬 갈라지다가 폭발하고 맙니다. 그러는 동안 홍미주의 가족들은 하나씩 죽어나가요. 그리고 이건 모두 홍미주 때문에 죽은 태연의 유령이 벌이는 짓이었고요.

반전이 있습니다. 뭐냐고요? 이 모든 게 앰브로스 비어스식 환상이었다는 거죠. 홍미주는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갔는데, 그러는 동안 지금까지 영화가 웅얼거린 환상을 봤다는 거예요. 너무하다고요? 그래서 영화는 하나의 반전을 더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환상이야! 끝이야!"로 끝나는 대신 이 모든 게 순환구조를 이루며 영원히 반복되는 거라고 허풍을 치고 있는 거죠.

악담처럼 들리지만 사실 제가 지금까지 지껄인 내용만으로 이 영화가 좋은지 나쁜지 가려낼 수는 없습니다. [첼로]가 좋은 영화가 아닌 건 제 기대에 맞는 영화를 만들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영화가 그냥 서툴기 때문이죠.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그들이 쥐고 있는 도구와 재료들을 엄청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 영화의 재료들이 참신하고 효과적이고 강렬하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장르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도 이들의 재료가 얼마나 식상하고 뻔한지 가려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관객들이 벌써 뱃속까지 꿰뚫어보고 있는데, 영화는 자기 멋에 겨워 정공법으로 칠 기회까지 날려버리는 겁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서툽니다. 대사는 나쁘고 구성은 산만하고 페이스는 느려 터졌으며 감독은 배우들에게 언제 OK 사인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지루합니다. 전 지금까지 인공적인 자극들을 남발하는 조잡한 호러 영화들을 비난해왔습니다. 하지만 [첼로]에 비하면 그 영화들은 최소한 양심적입니다. [첼로]는 그냥 텅 비었습니다. 영화의 기둥을 이루는 갈등과 심리묘사도 엄청 약합니다. 심지어 진짜 [여고괴담] 시리즈에서도 따분하다고 거들떠 보지 않은 [여고괴담] 클리셰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첼로]의 단점들을 지적하는 건 따분한 일입니다. 이 영화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능력함과 오만이기 때문이죠. 원래의 의도가 무엇이건, 그냥 못 만든 영화인 겁니다. (05/08/11)

DJUNA

기타등등

위에서 제가 착각한 설정들을 이용해 더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 첼로 소리와 함께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새로 만든 가족을 똑같은 방식으로 잃는데, 이 두 사건이 초자연적인 링크로 연결되어 있다면 어떻습니까? 뭐, 다른 설정들을 고안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