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에이저식 계급 차별

미국 틴에이저 영화들은 하나의 엄격한 계급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피라밋 위에는 미식 축구 선수와 치어리더가 있고 그 중간에는 그들의 추종자들이, 중간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들이, 맨 밑에는 '기크 geek'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기크 등급이나 그 살짝 윗 등급에는 '너드 nerd'들이 숨어 있고요.

이 세계에서 권력의 원천은 인기도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운동선수가 되거나 막강한 미모를 부여받거나 집에 돈이 많아야겠죠. 어떻게 권력을 얻었건, 이 높은 곳에서는 다양한 권력 투쟁이 벌어집니다. 그 결과는 종종 끔찍해집니다. [헤더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세계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은 범죄와 같이 끔찍한 죄이기 때문에 피라밋 하단부의 '기크'들은 처벌받습니다. 처벌의 방법은 다양한 모욕입니다. 그래서 [25살의 키스]의 드루 배리모어가 전과를 없애려는 범죄자처럼 다시 학교로 돌아가 인기인이 되려고 하는 거죠. 모욕받은 '기크'가 폭발하면 [캐리]에서처럼 졸업생 절반이 몰살당하는 일이 생깁니다.

계급 간의 소통은 별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특히 다른 계급 구성원과의 연애는 대죄입니다.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미녀와 뱀파이어)]의 두번째 시즌에서 상류 계급인 코델리아는 '기크' 계급인 잰더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 결과는? 코델리아는 같은 계급의 친구들로부터 추방됩니다.

이 세계에서 공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클루리스]의 셰어가 명언을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에 신경쓰는 것은 폴리 쇼어 영화에서 의미를 찾는 것과 같다." 몇몇 상층 계급에서는 공부를 잘한다는 것 자체가 모독입니다.

하지만 이 피라밋 세계를 그리는 영화들은 최상 계층에 대해 언제나 부정적입니다. 틴에이저 영화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기크' 계급이거나 그만큼 하층 계급입니다. 영화 장르가 코미디나 SF라면 '너드'가 주인공이 되고요. 최상 계급이 주인공인 영화는 [클루리스] 정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미국 고등학교가 그런 걸까요?

전 모르겠습니다. 그 동네 학교에 다녀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학교를 통해 유추하는 것도 불가능하지요. 우리나라 학교의 계급 구분과 파워 게임 방식은 또 다르니까요. 적어도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그랬습니다. 성적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사회 생활의 공간도 제한되어 있지요.

하지만 위에 언급한 다양한 클리셰들이 고정된 스테레오 타입들에서 추출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스테레오 타입들은 역시 가장 스토리를 만들기 쉬운 대상들이 굳어진 것입니다. 사실 열심히 공부만 하는 학생 가지고 영화 만들기는 쉽지 않죠.

그러나 이런 식으로 수십 년 동안 반복되다 보니 틴에이저 영화의 세계는 독자적인 평행 우주를 형성하게 됩니다. 안이한 작가들은 손쉬움 때문에 이 평행 우주 속에 안주하게 되고 그 결과 지겨운 작품들이 나오는 것이죠. (99/05/29)

DJ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