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크 뉴웰 Mike Newell

주연
알 파치노....레프티 루지에로
Al Pacino....Lefty Ruggiero
조니 뎁....조 피스토네/도니 브래스코
Johnny Depp....Joe Pistone/Donnie Brasco
마이클 매드슨....소니 블랙
Michael Madsen....Sonny Black
브루노 커비....니키
Bruno Kirby....Nicky
제임스 루소....폴리
James Russo....Paulie
앤 헤이시....매기 피스토네
Anne Heche....Maggie Pistone
젤리코 이바넥....팀 컬리
Zeljko Ivanek....Tim Curley
게리 베커....딘 블랜드포드
Gerry Becker....Dean Blandford
로버트 미아노....소니 레드
Robert Miano....Sonny Red
브라이언 타란티나....브루노
Brian Tarantina....Bruno
로코 시스토....리치 가조
Rocco Sisto....Richie Gazzo
잭 그레니어....버거 박사
Zach Grenier....Dr. Berger

1.

[도니 브래스코]에 대해 가장 좋게 느껴졌던 부분은 갱스터 장르의 다른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들의 자아도취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남성성, 특히 그들의 연대성을 강조하는 많은 장르들이 이러한 자아 도취를 극으로 끌고가는 것과는 달리, [도니 브래스코]는 그러한 환상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마도 마이크 뉴웰이 이러한 장르와 전혀 인연이 없는 영국인 감독이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는 장르의 클리셰 따위는 대충 무시하고 그냥 자기 생각대로 영화를 하나 만들어냈는데, 그 결과는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2.

예술 작품은 종종 대상에 역으로 영향을 끼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70년대 마피아들에게 [대부]가 끼친 영향은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곧장 말해 [대부]는 현대 마피아의 패션과 행동 방식을 디자인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도니 브래스코]에 나오는 마피아들에게 그러한 유행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았나 봅니다. 하긴 꼼짝없는 '넘버 3(이 영화를 보면서 [넘버 3]를 떠올린 사람들은 분명 저희 뿐만이 아닐 겁니다)'인 주인공들에게 그런 건 분에 넘치는 사치일지도 모르지요.

[넘버 3]이 그랬던 것처럼 [도니 브래스코]도 마피아들의 로맨티시즘을 무자비하게 벗겨내고 산문적인 일상을 덧입힙니다. 이 영화의 마피아들은 다른 직장인들과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실적 못 올려서 스트레스 받고 승진에서 밀려나 고민하고 하는 품이 사실 거의 똑같지요. 단지 그들의 직업이 조금 더 (공공연하게) 폭력적이고 불법적일 뿐입니다.

3.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FBI의 특수 수사관 조 피스토네(도니 브래스코는 그의 가명입니다)의 드릴 넘치는 스파이 행각이 아니라 피스토네와 레프티 사이의 관계입니다. 이 둘의 이야기는 상당히 좋은데, 물론 그 가장 큰 이유는 레프티라는 인물이 너무나도 훌륭하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레프티라는 캐릭터의 장점은 우선 그 사실성에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마피아의 보스 따위가 아닌 중간 직책의 별 능력없는 보통 깡패에 불과합니다. 암에 걸렸고 재정적자는 늘어나고 아들은 마약 중독자가 되는 등 인간적인 고민도 담뿍 안고 있고요. 그렇다고 이런 종류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묘사할 때 할리우드가 종종 대가로 지불하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가득한 인물도 아닙니다. 그는 정말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무개입니다.

뉴웰은 레프티라는 인물을 이런 밑바닥에 던져 놓고 별다른 의미도 없는 건달의 자존심으로 자신을 장식하게 만들어 관객들을 웃기는데, 이것이 도니 브래스코와의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면 코미디를 넘어선 상당히 장중한 비극이 됩니다. 비록 그는 둔하고 어리석은 인물이지만 그가 필사적으로 갈망하는 존엄성과 우정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4.

게다가 도니 브래스코와 레프티의 우정은 처음부터 보편적인 비극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배반을 전제로 하는 러브 스토리니까요.

브래스코와 레프티의 관계는 매우 익숙하고 당연한 과정을 밟아갑니다. 여기서 저희들 중 한 명의 짧은 직업 경험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군요. 마피아나 갱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레프티와 같은 위치에 있던 사람을 하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저희는 그런 별볼일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한테 밑에 사람이 하나 들어온다는 것, 그 사람을 가르치고 그 사람에게서 약간의 존경을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과 알고 지냈던 '저희들 중 한 명'은 지금까지 속으로 그를 비웃어대고 그의 모자람을 경멸해왔는데, 이 영화를 본 뒤로 그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 예술이라는 것의 실용적인 기능도 무시할 게 아닌 모양입니다.

이렇게 의미심장한 이해관계에 인간적인 감정까지 덧붙여지니 브래스코와 레프티의 관계가 얼마나 절실한 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런데 그런 관계가 처음부터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브래스코가 레프티에게 느끼는 동정은, 브래스코 자신의 것이라기 보다는 관객들의 것입니다. 아마 브래스코라는 인물의 가장 중요한 기능도 관객들에게 눈과 귀를 빌려주는 것이었겠죠.

5.

[히트]에서 알 파치노가 보여주었던 다소 뻔한 매너리즘에 맥이 풀렸던 분들이라면 [도니 브래스코]는 적절한 보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 파치노는 아름답습니다. 그는 별다른 의식적인 연기없이 인간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몇 안되는 배우입니다.

조니 뎁은 그런 파치노에 끌려다니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브래스코라는 인물의 기능이 원래 그러니 뭐라고 불평할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뎁 자신도 결코 연기를 못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연기가 빛을 발 하는 부분은 대부분 파치노가 옆에 없을 때입니다.

마이클 매드슨, 앤 헤이시, 브루노 커비와 같은 조연들도 믿을만 하고요. 이 영화의 연기 수준은 아주 높습니다. (98/06/24)

D&P

기타등등

실화를 영화로 한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로 관련된 사람들의 불평이 상당했던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