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줄리 테이모어 Julie Taymor

주연
살마 헤이엑....프리다 칼로
Salma Hayek....Frida Kahlo
알프레드 몰리나....디에고 리베라
Alfred Molina....Diego Rivera
미아 마에스트로....크리스티나 칼로
Mía Maestro....Cristina Kahlo
로저 리스....기예르모 칼로
Roger Rees....Guillermo Kahlo
파트리시아 레예스 스핀돌라....마틸데 칼로
Patricia Reyes Spíndola....Matilde Kahlo
애슐리 저드....티나 모도티
Ashley Judd....Tina Modotti
발레리아 골리노....루페 마린
Valeria Golino....Lupe Marín
제프리 러쉬....레온 트로츠키
Geoffrey Rush....Leon Trotsky
에드워드 노튼....넬슨 록펠러
Edward Norton....Nelson Rockefeller
샤프론 버로우즈....그레이시
Saffron Burrows....Gracie
오마르 로드리게스....앙드레 브르통
Omar Rodríguez....André Breton
카린 플랑타디-바조....조제핀 베이커
Karine Plantadit-Bageot....Josephine Baker
안토니오 반데라스....다비드 알파로 시케로스
Antonio Banderas....David Alfaro Siqueiros
릴라 다운즈....탱고 가수
Lila Downs....Tango Singer

프리다와 디에고

유명한 사람들의 생애를 옮긴 전기 영화들은 대부분 시체음란증이 살짝 섞인 페티시즘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특히 영화배우들처럼 이미지로 유명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화될 때 영화는 더이상 자신의 불쾌한 욕망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들은 죽은 마들레인을 되살리려는 스카티 퍼거슨처럼 이미 존재하는 불멸의 이미지에 배우들을 끼워맞춥니다.

배우만큼이나 심각한 경우는 영화의 주인공이 화가일 때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영화 자체가 화가가 그린 작품들의 모사품이 됩니다. 빈센트 미넬리가 [삶의 욕망]에서 한 짓을 보세요. 그 영화는 거의 움직이는 반 고흐 화집이었습니다.

[프리다]는 계획 단계부터 전기영화 페티시즘의 절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화가였습니다. 그것도 끝도 없이 자화상을 그려댄 화가였지요. 우린 프리다 칼로의 이미지를 그 사람의 작품들을 통해 거의 세뇌당하듯 익혔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그 이미지 속에 허우적거리며 죽은 화가의 그림과 외모를 모사하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굉장히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그들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 바라보는 것 자체가 위험합니다. 그 예술가가 아무리 복잡한 작품을 남겼다고 해도 그런 작업은 어쩔 수 없이 대상을 단순화시키니까요. 그런데 그게 자화상을 통해 익힌 이미지의 모사라고요? 이건 거의 밑바닥에 악어들이 부글거리는 함정입니다.

줄리 테이모어는 이 함정에서 빠져나왔을까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너무나도 그럴싸하게 프리다 칼로의 그림처럼 분장하고 나온 살마 헤이엑은 [현기증]의 마들레인처럼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죽은 여인의 모사입니다. 살마 헤이엑/프리다 칼로 주변에 부글거리는 유명 인사들로 변장한 스타들도 마찬가지지요. 영화는 마치 프리다 칼로 테마를 내세운 가면무도회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린 계속 이렇게 외치게 됩니다. "야, 저기 티나 모도티(로 분장한 애슐리 저드)가 나왔다! 와, 저기 넬슨 록펠러(로 분한 에드워드 노튼)가 나왔다! 와, 저기 레온 트로츠키(로 분장한 제프리 러쉬)가 나왔어! 흠, 아까 지나간 남자는 앙드레 브르통인가? 와, 저기 저 여자는 아무래도 조제핀 베이커 같지?"

수많은 작가들이 오간 각본 역시 자기만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전기 영화들이 빠지는 가장 뻔한 함정은 주인공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선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20여년에 걸친 결혼 생활을 거의 모조리 보여주고 있죠. 이 영화의 이야기 흐름엔 특별한 강조점이 없어서 종종 관객들은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몰라 방황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과연 이 영화가 프리다 칼로라는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긴 할까요? 영화는 프리다의 예술가로서의 각성보다는 프리다와 디에고의 길고 험난한 결혼 생활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에요.

티나 모도티와 프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다]는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아무리 중심점없이 흘러가기만 한다고 해도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는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관계는 섹시하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이고 이타적이고 뻔뻔스럽고 야비하면서도 나름대로 절실합니다. 모두 좋은 극적 장치들입니다. 세상의 규칙에 얽혀 지루하게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들의 요란한 멜로드라마가 대리만족적인 해방감을 제공해주기도 하죠. 자기집 안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 부부 사이를 오가며 연애와 섹스를 하며 사라지는 유명 인사들의 가장 무도회가 이들의 이야기에 호사스럽고 얄팍한 화려함을 부여하는 것도 잊을 수 없고요(그치만 트로츠키와 프리다의 러브신은 좀 웃겼어요. :->)

줄리 테이모어는 종종 뻔하게 흘러가는 멜로드라마인 이 영화를 원색의 물감을 뿌린 듯한 호사스럽고 요란한 판타지로 만들었습니다. [타이터스]에서 이 감독이 사용했던 페니 아케이드의 기법은 이 영화에서 더 그럴싸하게 사용되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은 바디 페인팅, 미니어처 모형,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해체되고 재조립되면서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종종 이런 장난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넘어섭니다. 프리다가 전차 사고 이후 입원한 병원의 의사들은 멕시코 해골 인형들이고 디에고 리베라가 뉴욕에서 겪는 소동은 [킹콩]의 이미지와 오버랩되지요. 이것들이 테이모어의 남편인 엘리엇 골든탈이 작곡한 멋진 라틴 음악들과 만나면 결과는 열정적인 라틴 아메리카의 피가 도는 멀티미디어의 난장판이 됩니다.

배우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 영화에서 살마 헤이엑과 알프레드 몰리나는 비교적 정공법으로 이 영화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성공적으로요. 그들은 에너지에 넘치고 나오는 장면마다 스크린을 장악합니다. 다행히도 그들은 그러면서도 장난기와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어색했을 겁니다. 일단 두 주인공들이 그렇게 심각하기만 한 캐릭터들이 아니고 결정적으로 그들과 공연하는 나머지 배우들은... 아까도 말했지만 조금씩 가장 무도회나 할로윈 파티에 온 손님들 같으니 말이에요. 애슐리 저드, 제프리 러쉬, 에드워드 노튼, 안토니오 반데라스, 발레리아 골리노... 이들은 모두 파티의 손님들이며 디베르티스망의 댄서들입니다. 우린 그들의 얄팍한 유명인사 흉내를 비난할 수 있지만 아마 그런 경박함은 오히려 이 영화의 정곡을 찌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줄리 테이모어의 [프리다]는 심각하고 점잔빼는 전기 영화와 요란하고 과시적인 멀티미디어 가면극의 결합입니다. 이 결합은 기대만큼 이상적이지 못하고 종종 영화가 필요이상으로 '정상적'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할리우드와 관객들이 이 작품에 얌전한 내러티브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더 그럴싸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텐데요. (03/10/01)

DJUNA

기타등등

탱고 가수로 나오는 릴라 다운즈 말이에요. 살마 헤이엑보다 더 프리다처럼 생기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