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임필성

주연
천정명....은수
은원재....만복
심은경....영희
진지희....정순
박희순....변집사/원장
박리디아....경숙
김경익....영식
장영남....수정
김은주....혜영

영희, 정순, 만복

[헨젤과 그레텔]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장화, 홍련]의 세트에서 [트왈라이트 존]의 조 단테 에피소드를 시어도어 스터전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비주얼과 스토리, 스타일에 대한 정보가 절반 이상 주어지죠.

그래도 모자란다고 생각하신다면,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은수라는 남자가 숲속에서 길을 잃다가 세 아이와 부부가 사는 집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부부는 잠시만 아이들을 맡아달라는 쪽지를 남긴 채 사라지고 은수는 아무리 기를 써도 숲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사는 집은 너무나도 이상해요. 정상적인 어른들이라면 절대로 사주지 않을 엄청난 양의 장난감들이 넘쳐나지만 유일하게 집에 있는 흑백 텔레비전은 70년대에서 벗어나질 못하죠. 아이들에게 뭔가 섬뜩한 비밀이 있는 건 당연하고. 그 비밀은 은수가 그 집에 머문 마지막 날에 회상을 통해 밝혀집니다.

[헨젤과 그레텔]은 섬뜩한 이야기지만 장르 의무에 충실한 호러 영화는 아닙니다. 관객들은 일단 은수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보게 되지만 그의 안전엔 큰 관심이 없습니다. 회상구조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니 그가 별탈없이 살아남았다는 건 알고 있거든요. 아이들은 위험하고 초현실적인 존재지만 우린 그들을 순수한 악역으로 보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의 세계에서 거의 전능한 존재인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중반 이후 변집사라는 인물이 진짜 악역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설정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지 않겠습니까?

영화가 중점을 두는 것도 공포보다는 그로테스크한 크리스마스 동화의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품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증오와 환상은 그들의 끔찍한 과거사에 의해 정당화되고 이야기는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동정과 슬픔을 담은 보다 부드러운 결말로 흘러갑니다. 거기까지 가려면 온갖 비인간적인 범죄와 살인을 거쳐야 하지만요. 하여간 이 결말은 인상적이고 뒷맛도 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그렇게 학대해놓고 그 정도도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야기꾼 자격이 없지요.

아까 [장화, 홍련] 이야기를 꺼냈는데, 두 영화의 비주얼은 비슷하지만 논리는 다릅니다. [헨젤과 그레텔]의 무대는 바깥 세계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산골 아이들이 막연히 품고 있는 동화적 환상을 구체화시킨 것이죠. 단지 영화는 그로테스크함과 화려함, 동화 테마를 강조하기 위해 그 범위를 넘어버립니다. 전 이게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구체 관절 인형의 사용이나 복고적인 세트와 같은 건 이미 클리셰가 되어버린지 오래잖아요. 그런 입장의 아이들이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했다면 무엇을 상상했을지 추적해보며 스타일을 꾸리는 편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요?

각본도 그렇게 경제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단순한 이야기라 중간중간에 시간 땜빵하기 위한 에피소드들이 삽입된 느낌이 들고 지나치게 묵직하게 흘러가죠. 위에서 예를 든 조 단테 에피소드 정도의 길이였다면 오히려 더 잘 먹혔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요. 영화의 대사들 역시 아이들의 인공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는 동안 어색하게 방황합니다. 이 역시 배경의 디테일에 보다 신경을 썼다면 극복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도 전체적인 퀄리티 컨트롤은 잘 된 영화입니다. 배우들, 특히 세 아역배우들의 연기는 적절하고, 이병우의 음악은 중간중간에 아주 잠깐 감상적이 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효과적이고,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촬영의 질도 높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긴 합니다만. (07/12/21)

DJUNA

기타등등

영화에 굉장히 사악한 기독교인들이 두 명 등장하기 때문에, 특정 종파와 관련 없다는 변명이 엔드 크레딧 뒤에 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