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론웬 휴즈 Bronwen Hughes

주연
미셸 트라첸버그....해리엇
Michelle Trachtenberg....Harriet
그레고리 스미스....스포트
Gregory Smith....Sport
바네사 리 체스터....제이니 깁스
Vanessa Lee Chester....Janie Gibbs
로지 오도넬....올 골리
Rosie O'Donnell....Ole Golly
J. 스미스-카메론....웰시 부인
J. Smith-Cameron....Mrs. Welsch
로버트 조이....웰시 씨
Robert Joy....Mr. Welsch
어사 키트....아가사 K. 플러머
Eartha Kitt....Agatha K. Plummer
샬로트 설리번....매리언 호손
Charlotte Sullivan....Marion Hawthorne
테이샤 킴....레이첼 헤네시
Teisha Kim....Rachel Hennessy
세실리 캐롤....베스 엘렌 핸슨
Cecilley Carroll....Beth Ellen Hansen
도브 티펜바크....자주빛 양말을 신은 소년
Dov Tiefenbach....The Boy with the Purple Socks
니나 쇼크....캐리 앤드류즈
Nina Shock....Carrie Andrews
코너 드위트....핑키 와이트헤드
Conor Devitt....Pinky Whitehead
알리샤 모리슨....로라 피터즈
Alisha Morrison....Laura Peters
낸시 비티....엘슨 선생님
Nancy Beatty....Miss Elson

[꼬마 스파이 해리]는 해없는 어린이용 영화처럼 보이고 또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런 영화치고는 관객들의 선호도 차이가 지나치게 뚜렷하지 않나요? IMDb나 아마존의 방문객들이 남긴 글들을 읽어보세요. 귀찮으면 아마존의 방문객 비디오 별점만 들여다보시거나요. 별 다섯과 별 하나만 깔려 있을 뿐 그 중간은 없습니다.

[꼬마 스파이 해리엇]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입니다. 첫번째 부류는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원작 소설의 애독자들로, 그들은 이 영화가 니클로디온식 귀여움으로 원작의 깊이를 손상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 기초적인 소개가 필요하겠군요. 루이즈 피츠휴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은 가장 인기있는 현대 미국 어린이 문학 작품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어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작가와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웠고 또 정말 몇몇은 그렇게 되었지요.

대충 이런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해리엇은 작가가 꿈인 어린 소녀입니다. 해리엇은 그 준비 단계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 관찰 기록과 자신의 의견을 노트북에 기록하고 다닙니다. 하지만 노트북은 발각되고 해리엇의 친구들은 '스파이 캐쳐 클럽'을 조직해서 해리엇을 따돌립니다.

눈치 빠른 사람들이라면 문제점이 어디인지 쉽게 짐작해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그대로 영화화하자니 스토리가 너무 어둡지요. 사실 끔찍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원작 소설의 폭로 부분을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해요. 해리엇의 좌절은 그만큼이나 강하고 절망적입니다.

이런 절망은 소설의 정서적 깊이를 강화시킵니다. 읽기는 힘들어도 소설 자체의 질은 좋아지지요. 하지만 니클로디온 사에서 제작하는 어린이 영화에까지 이런 솔직함을 부여해도 되는 걸까요?

이 영화의 각색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는 적절한 타협이었습니다. 원작의 스토리는 대충 살리되, 아주 심각한 부분은 톤을 낮추고 전체적으로 니클로디온식 시끌벅적한 스타일로 영화를 끌어간다는 것이죠.

그 결과 소설의 깊이는 사라졌습니다. 너무나도 친절하고 분명한 각색 때문에 해리엇의 관찰 대상들은 그 삶의 무게를 잃었습니다. 영화 속의 해리엇도 천천히 세상의 그늘을 알아가는 작가 지망생보다 니클로디온 + MTV 시대의 말괄량이에 가깝습니다. 원작의 애독자들이 열불터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러나 영화는 철저하게 당의정만 입히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소설의 바탕이 되는 사건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굉장히 상세하고 잔인하게 묘사되는 해리엇의 고난은 중간에 나오는 '죽느냐 사느냐'라는 햄릿의 독백이 완벽하게 어울릴 정도입니다. 브론웬 휴즈의 떠들썩한 스타일도 이 부분에서는 비교적 진중해지며 장난도 덜 칩니다. 소설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영화는 나름대로의 정서적 진실성과 힘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작을 무시한다면, 영화의 붕 뜬 흥겨움도 즐겁습니다. 전 장난감 없이 잘 노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런 사람들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해리엇과 친구들은 정말 참 재미있게 잘 놀아요. 적절하게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에 의해 그 흥겨움은 배가 됩니다. 특히 주인공 해리엇 역의 미셸 트라첸버그의 화사한 매력이 눈에 뜨이는군요.

그에 비하면 브론웬 휴즈의 MTV식 스타일은 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MTV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장르는 헐리웃이 아니라 니클로디온식 어린이물이에요. 휴즈의 스타일은 어린이용 프로그램엔 일상적이지만 극장용 영화에선 조금 튑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습니다. 휴즈의 오버하는 스타일과 다소 피상적인 각색이 어느 정도 깊이를 깎아먹지만 그렇게까지 영화를 원작과 비교만 할 필요는 없는 법이죠. [꼬마 스파이 해리]는 여전히 씹을 덩어리가 많은 어린이 영화입니다. (99/08/01)

DJUNA

기타등등

1. 이 영화의 감독 브론웬 휴즈는 [포스 오브 네이처]로 성공적인 주류 영화 감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평단의 칭찬까지는 못 얻고 있지요.

2. 미셸 트라첸버그의 조금 나이 먹은 모습을 보려면 [형사 가제트]를 보면 됩니다. 그 영화에서 패니로 나오니까요.

2. 우리한테만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차이나 타운의 식품점에는 한글로 쓰여진 약국 간판이 걸려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