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팀 파이웰 Tim Fywell

주연
로몰라 가라이....카산드라 모트메인
Romola Garai....Cassandra Mortmain
로즈 번....로즈 모트메인
Rose Byrne....Rose Mortmain
헨리 토머스....사이먼 코튼
Henry Thomas....Simon Cotton
마크 블루카스....닐 코튼
Marc Blucas....Neil Cotton
빌 나이히....제임스 모트메인
Bill Nighy....James Mortmain
타라 피츠제럴드....토파즈 모트메인
Tara Fitzgerald....Topaz Mortmain
시네아드 큐삭....코튼 부인
Sinéad Cusack....Mrs. Cotton
헨리 카빌....스티븐 콜리
Henry Cavill....Stephen Colley

카산드라와 사이먼

[I Capture the Castle]의 원작은 [101마리의 달마시안 강아지]의 작가인 도티 스미스가 쓴 동명의 성장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도 인기있는 소설이었지만 최근에 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순전히 [해리 포터]의 저자 J.K. 롤링이 얼마 전에 이 작품을 좋아한다고 한마디 했기 때문이지만요. 저도 얼마 전에 샀는데, 아직은 읽지 못했고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영화에 나오는 나레이션에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카산드라 모트메인이라는 젊은 여성입니다. 카산드라의 아버지 제임스는 걸작 소설 하나를 쓰고 그 뒤 슬럼프에 빠져 단 한 자도 쓰지 못하는 왕년의 천재이고요. 모트메인 집안은 12년 전부터 낡아빠진 서섹스의 성에 살고 있는데, 말이 성이지, 전기도, 수도도 없는 폐허에 불과합니다. 빈곤에 지친 큰 딸 로즈가 차라리 나가서 몸을 팔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요.

한참 모트메인 집안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동안 그들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들이 세들어 살고 있는 성의 진짜 주인이 죽고 그 상속자인 사이먼과 닐 코튼 형제가 미국에서 날아온 것이지요. 이걸 기회라고 생각한 큰 딸 로즈는 장남 사이먼과 결혼해서 빈곤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는 동안 카산드라는 자기 자신도 사이먼에게 서서히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I Capture the Castle]는 무대를 현대(그러니까 1930년대 중엽)로 옮기고 짓궂게 개작한 제인 오스틴 영화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제인 오스틴 소설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이 작품에도 있어요. 돈을 위한 결혼, 어긋나는 연인들, 사려 깊은 여자 주인공과 같은 것들 말이에요.

이 영화에 고유의 질감을 부여하는 것은... 정말 고유의 질감입니다. [I Capture the Castle]의 심각한 문제들은 어딘지 모르게 환상적이고 재미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모트메인 가족의 빈곤은 부인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여전히 성에서 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카산드라와 그녀의 가족이 겪는 수난은 마치 [소공녀]에서 세라 크루가 겪는 수난처럼 굉장히 로맨틱하고 은근히 재미있는 모험입니다.

카산드라의 성장기에 본격적인 엔진이 되어주는 것은 코튼 형제를 둘러싼 연애담입니다. 이 로맨스는 그렇게까지 균형이 잘 잡힌 편이 아닙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 두 남자 주인공들은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도 않고, 입체적으로 그려진 편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이들을 핑계삼아 진행되는 카산드라와 로즈의 고민과 갈등은 그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너무나도 영국적으로 괴팍한 조연들인 아버지 제임스, 양모 토파즈, 아들 토머스가 가담하면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지고요. 원작 소설의 팬들은 영화가 책의 깊이를 깎아먹었다고 실망하는 모양이지만,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저로서는 별 불만이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캐스팅은 거의 완벽합니다. 여기서 전 두 사람만 언급하기로 하겠어요. 하나는 주인공 카산드라를 연기한 로몰라 가라이입니다. 전 [다니엘 데론다]를 본 뒤로 이 배우의 차기작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가라이는 상당히 좋습니다. 보다 BBC 풍으로 다듬어져있긴 하지만, 이전에 우리가 어린 케이트 윈슬렛한테서 느꼈던 그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이 가득하단 말이에요. 다른 하나는 아버지를 연기한 빌 나이히입니다. [러브 액츄얼리]만큼 괴팍하게 귀엽지는 않지만 그의 심술궂은 매력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I Capture the Castle]은 와이드스크린으로 찍은 BBC 미니 시리즈와 같은 영화입니다. 실제로 BBC에서 BBC 배우들과 스탭들로 찍은 고전 각색 영화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제가 이들의 고풍스러운 영국적 매력을 거부한 적이 있었던가요? (04/02/05)

DJUNA

기타등등

롤링의 추천을 한 번 듣고 나서 이 영화를 보면 모트메인 가족의 막내인 안경잽이 토머스가 자꾸 해리 포터처럼 보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