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니콜라스 레이 Nicholas Ray

주연
험프리 보가트....딕슨 스틸
Humphrey Bogart....Dixon Steele
글로리아 그레이엄....로렐 그레이
Gloria Grahame....Laurel Gray
프랭크 러브조이....브럽 니콜라이 경사
Frank Lovejoy....Police Sergeant Brub Nicolai
칼 벤튼 레이드.....로크너 경위
Carl Benton Reid....Police Captain Lochner
아트 스미스....멜 립먼
Art Smith....Mel Lippman
제프 도넬....실비아 니콜라이
Jeff Donnell....Sylvia Nicolai
마사 스튜어트....밀드레드 앳킨슨
Martha Stewart....Mildred Atkinson
로버트 워윅....찰리 워터맨
Robert Warwick....Charlie Waterman
모리스 앤크럼....로이드 반즈
Morris Ankrum....Lloyd Barnes
윌리엄 칭.....테드 바튼
William Ching....Ted Barton
스티븐 게리....폴
Steven Geray....Paul
해다 브룩스....가수
Hadda Brooks....Singer

1.

헐리웃의 각본가 딕슨 스틸은 자기가 각색할 싸구려 소설을 먼저 읽은 접수계원 밀드레드 앳킨슨을 집에 초대하지만 그녀는 다음날 교살된 시체로 발견됩니다. 용의자가 된 딕슨은 옆집 여인 로렐 그레이의 알리바이 증언으로 일단 위기에서 벗어나고 곧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그를 의심하고 어쩌고 저쩌고...

2.

니콜라스 레이의 이 고전적인 필름 느와르 영화는 딕슨 스틸이라는 남자의 성격과 그가 주변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합니다.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했던 많은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딕슨 스틸은 상당히 불편한 인물입니다. 타고난 결벽성과 비타협성 때문에 헐리웃이라는 곳과 체질적으로 잘 맞지 않는 스틸은 그 불만을 부정기적인 감정 표출로 해소하는데, 그 결과 그는 지독하게 폭력적이고 위험한 인물이 됩니다. 좋게 말하면 성격이 복잡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곧장 말해 인간성이 개떡같아요. 이러니 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려도 싸다고 할 수밖에.

3.

이런 그가 연애를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영화는 히치콕의 [의혹]과 비슷하게 됩니다. 로렐 그레이는 정말 밀드레드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을까요?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안 그랬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죠. 적어도 그녀의 증언을 위증이라고 해야 로렐 그레이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가 더 용이합니다. 로렐은 딕슨을 사랑하지만 그의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면이 두렵습니다. 살인사건은 그녀의 불신과 두려움을 강화시키고 그녀의 그러한 변화가 딕슨을 더욱 폭력적으로 몰아가니, 결국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거죠. 딕슨이 그녀의 목을 졸라대는 후반부에 가면 로렐에게 사건의 진상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4.

결국 딕슨은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인간입니다. 멜과 니콜라이 경사와 같은, 참으로 관대한 친구들이 그의 뒤를 봐주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네들도 딕슨과 같이 살라고 한다면 못할 걸요. 그러면서도 '그의 폭력적인 성향을 그의 일부로 알고 그대로 인정하라고?' 웃기지 말라고 그래요.

5.

이 영화는 불신에 대한 영화로 읽을 수 있습니다. 딕슨에 대한 로렐의 불신, 로렐에 대한 딕슨의 불신, 딕슨에 대한 경찰의 불신, 등장인물들에 대한 관객의 불신... 나중에 보면 모두 흠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도 영화 속의 인간 관계는 상당히 위태로운 긴장 상태 위에 놓여있습니다. 이런 긴장감을 긴박한 분위기로 연결시켜 영화를 끌어가는 니콜라스 레이의 수법은 대단해요.

6.

[고독한 영혼]은 도로시 B. 휴즈의 잊혀진 소설이 원작인데, 과연 그 소설에서도 딕슨이 헐리웃 사람이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여기서 절반쯤 헐리웃의 이단자였던 니콜라스 레이 자신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것일까요? 아마 그럴지도. 하여간 그가 야유하듯 그려낸 헐리웃의 묘사는 꽤 흥미롭고 많은 이야기거리를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헐리웃 밖의 어디에 놓아도 같았을 겁니다. 딕슨은 어딜가도 트러블 메이커가 될 인간이니까요. 고로 배경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7.

이 영화에서도 험프리 보가트는 언제나와 같은 보가트 스타일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영화가 좋고 캐릭터도 강렬해서 그 결과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로렐 역의 글로리아 그레이엄이었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하여간 영화 끝날 때까지 이해불능의 폭풍덩어리로 남는 딕슨보다는 로렐 쪽이 훨씬 공감가는 캐릭터입니다. (98/06/1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로렐과 마사지사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서 동성애 코드를 읽는 사람이 많죠. [셀룰로이드 클로젯]에서도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