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돈 시겔 Don Siegel

주연
케빈 맥카시....마일즈 J. 비넬 박사
Kevin McCarthy....Dr. Miles J. Binnell
데이나 윈터....베키 드리스콜
Dana Wynter....Becky Driscoll
래리 게이츠....댄 '대니' 코프먼
Larry Gates....Dr. Dan 'Danny' Kauffman
킹 도노번....잭 벨리첵
King Donovan....Jack Belicec
캐롤린 존스....디오도라 '테디' 벨리첵
Carolyn Jones....Theodora 'Teddy' Belicec
진 윌리스....샐리 위더즈 간호사
Jean Willes....Nurse Sally Withers
랠프 덤크....닉 밀러 경관
Ralph Dumke....Officer Nick Miller
버지니아 크리스틴....윌마 렌츠
Virginia Christine....Wilma Lentz
톰 페든....아이라 렌츠
Tom Fadden....Ira Lentz
케네스 패터슨....스탠리 드리스콜
Kenneth Patterson....Stanley Driscoll
가이 웨이....샘 잰젝 경관
Guy Way....Officer Sam Janzek
에일린 스티븐즈....앤 그리말디
Eileen Stevens....Anne Grimaldi
비어트리스 모드....드리스콜 할머니
Beatrice Maude....Grandma Driscoll
진 앤드린....엘레다 렌츠
Jean Andren....Eleda Lentz
바비 클라크....지미 그리말디
Bobby Clark....Jimmy Grimaldi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50년대를 SF의 황금 시대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이나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고 또 관심도 대단했지요. 한쪽에서는 B급 영화들이 장르의 시장성을 파고드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하워드 혹스, 돈 시겔과 같은 거장들의 진지한 접근이 있었습니다. 메이저 스튜디오 쪽에서도 그냥 있지 않았죠. [금지된 세계], [인베이젼 오브 바디 스내처즈], [그들!], [외계에서 온 계획 9]... 모두 50년대의 산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유야 많지요. 우선 바탕이 되는 SF 문학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시작된 괄목할만한 과학 발전도 잊어서는 안되지요. 우주 시대가 막 열리는 판이었고 인공 지능 역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냉전이 시작되고 있어서 세계는 조용한 긴장 속에 숨죽이고 있었는데, 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산권은 거의 괴물같은 존재처럼 보였죠. 게다가 세계는 핵의 공포라는 것이 무엇인지 막 알게 된 터였습니다. 이런 게 한 시대에 집중되었으니,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침략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하죠.

[인베이젼 오브 바디 스내처즈]는 당시의 분위기를 가장 근사하게 전달하는 고전입니다. 내용은 다들 알고 계시죠? 산타 마이라라는 작고 평화로운 동네가 있습니다. 의사인 주인공 마일즈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동안 동네에 뭔가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짜고짜 의사를 찾던 사람들은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고, 멀쩡한 이웃과 가족을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는 거죠. 영국에서 막 도착한 옛 여자 친구 베키와 사건을 따라가던 마일즈는 외계에서 온 식물이 사람들을 모방한 뒤 원본을 제거하고 그들로 행세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외계 식물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동안 영혼을 빼앗아가므로 절대로 잠들어서는 안됩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잭 피니가 쓴 SF 소설 [바디 스내처즈]입니다. 아주 독창적인 작품은 아니지요. 이미 캠벨이 [거기 누구냐!]에서 다른 사람들로 변신하는 외계인을, 하인라인이 [퍼펫 마스터즈]에서 인간 몸에 기생하며 사람 정신을 조종하는 외계인을 다룬 적 있으니까요. 좀 심하게 말하면 피니는 적당히 시류에 영합한 작품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조금 더 야심적이었습니다. 제작자인 하워드 혹스는 SF가 새로운 종류의 가치있는 예술이라고 진지하게 믿었으며, [인베이젼 오브 바디 스내처즈]는 그걸 증명하기 위한 심각한 시도였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여전히 빨리 찍은 저예산 B급 영화였지만, 크레디트 위에 실린 혹스의 이름 덕택에 영화는 훨씬 심각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인간의 육체를 빼앗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했다는 이야기지요.

문제는 이걸 어떻게 읽느냐입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가진 환상성 때문에, 관객들은 이 스토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제 대상에 대한 비유로 읽죠.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석은 이 작품이 매카시 선풍 시대의 영화라는 점을 고려합니다. 이웃으로 위장한 외계인들은 바로 매카시 상원의원이 색출하자고 외쳐댔던 '빨갱이들'의 상징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에서 '그들이 여기 있다!'라고 외쳐대는 마일즈를 연기한 배우 이름 역시 매카시라는 것입니다. :-) 보통 우리는 이 작품을 50년대 냉전 편집증이 구체화된 작품으로 봅니다.

원작과 비교해보면 영화가 정말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는 원작보다 더 구체적으로 '빨갱이들'을 지칭하고 있거든요. 특히 후반부에서 마일즈가 요약 정리하는 '모두가 한 얼굴이며 평등한 세상'의 끔찍함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작품이 역사적 맥락에서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이 정말로 그렇기만 할 리는 없습니다. 그건 너무 이 장르를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이지요. SF나 환상담이 꼭 상징적이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상징적이라고 해서 하나의 의미만 포함하는 것도 아닙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원작자인 잭 피니는 작품을 쓰면서 정치적인 비판 따위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답니다. 정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조금 더 광범위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공산주의를 잊는다고 하더라도, 점점 기계화되고 집단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현대인의 은유로 볼 수 있는 것이죠. 매카시즘이 역사 속의 일부가 된 지금에도 이 작품이 여전히 사람들을 자극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물론 당시 관객들은 그 끔찍한 변화의 시작을 공산주의에서 보았지만 (어떻게 그들을 나무랄 수 있겠어요!) 자기 생각없는 무시무시한 거대한 집단이 아메바처럼 꿈틀거리며 개인의 자율성을 꿀꺽꿀꺽 삼키는 세계가 어디 그 쪽 동네 뿐이었겠어요? 멀리 볼 필요도 없어요. 고개만 살짝 옆을 돌려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질테니까요. 바로 그 때문에 이 작품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여간 [인베이젼 오브 바디 스내처즈]은 여전히 무시무시한 힘을 잃지 않은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원작이 워낙 강해서이고, 그 중 일부는 50년대의 편집증적 느낌이 강한 현장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며, 그 중 일부는... 이런 종류의 공포감이 우리에게 결코 낯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 전혀 낯설지 않아요. 슬프게도. (00/08/09)

DJUNA

기타등등

할리우드에서는 드문 일인데, [인베이젼 오브 바디 스내처즈]은 영화가 원작보다 훨씬 어두운 작품이었습니다. 그래도 주인공들은 모두 살아남고 외계인들도 지구 정복을 포기한 원작의 해피엔딩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이 반쯤 미쳐서 정신 없이 고함을 질러대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에 질겁한 제작사에서는 이 암담한 결말을 커버하기 위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첨가했지요. 하지만 나중에 나온 감독판에서는 그것들이 잘려나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