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든 더글러스 Gordon Douglas

주연
제임스 위트모어....벤 페터슨 경사
James Whitmore....Sergeant Ben Peterson
에드먼드 그웬....해롤드 메드포드 박사
Edmund Gwenn....Dr. Harold Medford
조안 웰든....패트리샤 메드포드 박사
Joan Weldon....Dr. Patricia Medford
제임스 아니스....로버트 그레이엄
James Arness....Robert Graham
온슬로우 스티븐즈....오브라이언 장군
Onslow Stevens....General O'Brien
숀 맥클로리....키비 소령
Sean McClory....Major Kibbee
크리스 드레이크....에드 블랙번
Chris Drake....Ed Blackburn
샌디 디셔....엘리슨 걸
Sandy Descher....The Ellison Girl
메리 알랜 호캔슨....토머스 로지 부인
Mary Alan Hokanson....Mrs. Thomas Lodge
돈 셸튼....프레드 에드워즈 대위
Don Shelton....Capt. Fred Edwards
페스 파커....알랜 크로티
Fess Parker....Alan Crotty

1.

모리스 메테를링크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지요. "곤충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생물처럼 이 세상의 습성이나 윤리, 심리와는 성질을 달리하는 것 같다. 우리 인류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은 실로 기괴하게 정력적이고 무정하며 잔인한 기분나쁜 존재다."

메테를링크의 이 겁에 질린 듯한 글은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곤충이 사람들의 공상 속에서 괴물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물론 그들은 실생활에서도 종종 무서운 존재지만, 그들이 그런 괴물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존재였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그들이 사는 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물리 법칙도 다릅니다. 사실 우리가 곤충에 대해 품고 있는 미신의 상당수는 물리 법칙의 오해 때문이죠. 몇 백배로 부푼 곤충들은 결코 자기 몸의 몇 십 배나 되는 물건들을 들어올리지 못할 겁니다. 아니, 심지어 숨도 쉬지 못하고 몸이 붕괴되어 버리고 말 걸요.

하여간 이런 이질성이 SF 영화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외계 괴물을 디자인하려는 디자이너들은 곤충의 확대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지요. [스타쉽 트루퍼즈]나 [에일리언] 시리즈를 보세요. 그들은 거대한 벌레 같은 생물들입니다.

그러나 50년대의 유행은 보다 소박했습니다. 벌레에서 영감을 얻는 대신 그냥 벌레들을 부풀렸던 것이죠. 그리고 이런 괴물 벌레 장르를 연 영화는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2.

[그들!]은 부서진 인형을 안고 뉴 멕시코의 황량한 사막을 걸어가는 작은 소녀의 이미지에서 시작합니다. 소녀를 발견한 두 경찰관들은 소녀의 가족이 머물고 있던 트레일러가 무자비하게 파괴되어 있다는 걸 발견하죠. 곧 비슷한 파괴행위를 당한 다른 집에서 시체가 발견되고 동료가 지원 요청을 하러 달려간 사이 남아있던 경찰관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살해당하고 맙니다.

소녀의 실종된 아버지가 휴가나온 FBI 요원이었기 때문에 FBI가 개입되고, 곧이어 엉뚱하게도 천재 곤충학자인 메드포드 박사가 딸인 패트리샤를 끌고 나타납니다. 자, 이쯤되면 진상은 장르 팬들에겐 뻔한 것이죠. 범인은 1940년대 뉴 멕시코에서 있었던 핵폭탄 실험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거대한 개미들이었습니다. 메드포드 박사의 지휘 아래 개미집은 파괴되지만 살아남은 여왕 개미들은 캘리포니아로 날아갑니다. 로스 앤젤레스에는 계엄령이 떨어지고 지하에서는 인간과 괴물 개미의 사투가 벌어집니다.

3.

우리가 [그들!]의 역사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해낸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50년대 벌레 영화의 공식을 세우기도 했지만, 이후에 만들어진 모든 괴물 영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는 이 영화를 거의 표절하기까지 했습니다. 폐쇄된 침침한 공간 속에서 화염 방사기를 들고 걸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낯이 익지 않나요? 그들이 거대한 개미알을 태우는 장면이나 쇼크로 실어증에 빠진 소녀가 부서진 인형을 안고 있는 이미지는 어떤가요?

그러나 [그들!]은 이런 역사적 가치를 잊고 보더라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요새 관객들의 눈으로 보면 액션의 집중도가 좀 부족할 수도 있어요. [타란툴라] 만큼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쏟을만큼 확실한 역할을 하는 주인공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질적으로 종말론적 재난 영화이니 이런 분산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요.

하여간 [그들!]은 어떻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서스펜스를 끌어내는지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 영화는 스토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심지어 영화 포스터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 가장 잘 먹힐 거예요. 도입부를 여는 신비스러운 살인 사건은 멋진 선택입니다. 이런 미스테리를 통해 관객들은 거대한 개미라는 말도 안되는 아이디어를 어느 사이엔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게 되지요. 그 뒤에 이어지는 액션 역시 그들이 세워놓은 말도 안됨의 경계 안에서 나름대로 엄밀하게 진행되며 그 덕택에 늘 일정한 수준에서 액션이 유지됩니다.

배우들도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싸구려 연기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특히 약간 맹한 메드포드 교수를 연기한 에드먼드 그웬은 인상적입니다.

단지 특수 효과는 좀 딸립니다. 이 영화에서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실물 크기의 개미 기계들이 사용되지요. 당연히 이들의 움직임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서툴게 팔을 놀리고 앞으로 걸어가는 게 전부랄까요. 이 영화의 아류작이었던 [블랙 스콜피온]이 이 점에서는 더 나았지요. 그 영화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괜찮았으니까요. 실제 거미를 화면 합성한 [타란툴라]도 보다 역동적인 화면을 보여주었고요.

4.

[그들!]은 냉전 시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돈을 벌어들이려는 음흉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음흉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전 그들이 정말 핵시대를 걱정하고 있었다고 믿습니다. 물론 요새 거대한 돌연변이 괴물 이야기로 핵에 대한 비판을 한다면 무지 바보스럽겠지만요. (00/05/06)

DJUNA

기타등등

[그들!]은 흑백 영화지만 제목만은 칼라입니다. 아주 요란한 빨강색을 쓰고 있지요.